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현대 사회가 아무리 물신숭배에 빠져들더라도 종교분야와 유사하게 교수사회 만큼은 정의를 지켜내고 정신적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사회의 기대다. 전통적으로 교수란 어느 정도는 돈으로부터 분리되어 삶의 본질이나 사회적 정의를 추구해야 하는 직종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사회에서 교수사회에 대한 이런 기대는 사라지고 있다.

 학생 수가 대폭 감소하는 환경 속에서 각종 사업을 따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대학은 자본에 종속되고 말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자신이 정의롭고 객관적인 세상을 만드는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인식하면서 고독하게 학문정진에 매진하는 교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돈이나 권력을 좇는 것이 유능한 것처럼 평가받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유명 대학들에서 연구비 횡령으로 구속되거나 상호 고소 고발로 관련 교수들이 해임되는 등 대학사회가 온통 부정과 비리로 얼룩져 있는 것처럼 비쳐진지 오래이다.

 급기야 이번 국정농단사태를 계기로 교수들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인상을 사회 전반에 강하게 심어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언론보도를 통해 보듯이 교수 출신 관료들의 권력을 향한 시녀와도 같은 행태, 돈과 권력의 강요로 입시부정을 저지르고 그것이 잘못인지도 모르는 태연한 모습들이 낱낱이 공개되었다. 권력과 자본이 지배하는 세태 속에서 부패하기는 교수도 마찬가지라는 인상을 심기에 충분했다.

 일찍이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돈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은 학문보다는 사업을 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정신적으로 고매하지 못한 사람들이 학자가 되면 학문과 배우는 사람들이 더럽혀질 것을 미리 경고한 셈이다.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교수들의 자질이 엄격하게 검증되어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최근 교수채용기준은 외부에서 돈을 잘 따오는 역량을 지닌 것으로 바뀌고 있다.

 어떤 사회든지 형이상학과 형이하학 부분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면서 사회를 진화시켜 나간다. 이 균형이 깨지면 사회는 자본만이 지배하는 천민자본주의 사회로 전락하든지 이상만 좇는 가난한 나라가 되기도 한다. 균형이 잘 잡힌 선진국을 보자. 기업인들은 자유의지에 의해 사업을 해서 맘껏 돈을 번다. 정부 관료들은 국가가 잘 보전되도록 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일한다. 그리고 교수들은 연구를 통하여 각 전문분야별로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객관적으로 제시한다. 선진국 교수들은 대통령 앞에서도 다른 의견을 말한다. 그래서 선진국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수들은 자신의 소신을 펼치기보다는 권력과 돈의 눈치를 보려고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국공립 및 사립대학 교수들부터 권력과 돈의 입맛에 맞도록 이론도 조작하는 형편이니 사회에서 진실을 찾기 어렵다. 이번 국정농단사태를 계기로 교수들부터 제 역할을 회복하고 사회적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갈수록 천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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