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충청 대망론’의 불을 지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귀국과 동시에 대권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뉴욕의 JFK공항을 출발해 12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귀국 인사를 통해 “세계 일류국가를 만들어낼 노력을 하는 출마 의지를 갖고 제 한 몸을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고 이미 말씀을 드렸다”며 지난달  20일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말을 재확인했다. 이제 형식상의 출마 선언만 남았을 뿐 그의 대권 출마는 부동의 현실이 된 셈이다. 귀국 후 연 3일간 헌충원 참배, 청년들과의 서민적 식사, 음성 꽃동네·조류인플루엔자 거점 소독소·거제 조선소·2함대 사령부 방문 등 이른바 광폭행보를 펼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진전됐는데도 야당은 실존하는 상대를 애써 무시하고 있다. 반기문의 본격 등장 이후 야당은 경계심을 넘어 무례하고 비겁할 정도로 거칠게 대하고 있다. 아예 반기문이 링에 올라오는 것 조차 봉쇄하겠다는 심산인듯 언론을 동원해 유엔의 규정을 내세워 출마자격이 없다고 몰아붙인다. 종편방송은 패널들의 입을 빌어 연일 국내 거주연한 등을 들먹이며 출마 자격 논란을 제기하고, 유엔 사무총장 시절에 업적을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귀국 전날엔 동생과 조카가 기소된 사실을 반 전 총장과 연관이 있는 듯 묘사하는 등등 흑색선전의 도가 지나치다.

15일 국민의당 대표가 된 박지원 의원은 반 전 총장의 동생·조카 뇌물죄 기소와 관련해  “그 외에도 내가 아는 것도 몇가지 있다 ”고 언급, 마치 엄청난 비리가 포착된 듯이 몰아갔다. 박 대표는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뒤에서 의혹을 숨기고 있는 것마냥 음습하게 공세를 펼 것만은 아니다. 반 총장에게 집중 포화를 퍼붓는 배경엔 그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 임기 종료가 다가오고 반 총장이 한국의 대선 출마에 대한 의지 표명이 자유스러워질 대출 출마가 확실시 돼 갈 때부터 이미 검증을 운운하며 흡집내기에 나서 국제적인 뉴스가 되기도 했다. 대선 경쟁 때문에 800여년 만에 한번 나온다는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을 깎아 내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제 막 출발을 준비하는 반 전 총장에게는 아직 정치세력이 조직화 되지 않았고 언론계에 호소할 확실한 루트가 마련돼 있지 않아 그의 입장을 옹호해 주는 곳이 거의 없다. 오히려 언론은 얘기 거리만 나오면 진위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앞다퉈 보도하기 바쁘다. 이런 절대적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국민들이 정치권의 의혹 제기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현명하게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 전 총장이 이러한 제반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그 결과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몇달째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대선가도에 희생양이 될 것인지, 문 전 대표를 밟고 올라서서 ‘충청 출신 대통령’이리난 지역의 염원을 풀어줄 것인지는 오로지 반 전 총장의 지혜와 용기에 달려 있다. 검증이라는 이름을 빌어 무차별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행태는 이제 그만 둬야 한다. 이것이 정치교체의 첫 걸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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