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수 소태면장(오른쪽)이 익명의 독지가로부터 기탁받은 쌀과 밀가루를 경로당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충주=충청일보 이현기자] "그저 아버님 유언을 따르는 것뿐입니다."

익명의 독지가가 선친의 유언을 받들어 13년째 고향 경로당에 후원품을 전하며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충북 충주시 소태면사무소는 올해도 어김없이 이름없는 독지가로부터 쌀과 밀가루 각 21포씩이 기탁됐다고 19일 밝혔다. 익명의 독지가는 다른 사람을 통해 물품을 전달하면서 마을 경로당에 잘 전달해 달라는 부탁만 남겼다.

면사무소 직원들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 그동안 독지가를 수소문했으나, 알려진 것은 소태면이 고향이고 지금은 외지에 살고 있다는 정도가 전부다.

독지가는 선친이 작고하면서 남긴 "훗날 먹고 살만해지면 고향 어르신들을 도와 드려라"는 유언을 실천했을 뿐이라며 한사코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자신도 그리 넉넉한 형편이 아닌데도 해마다 마을 경로당에 한 포대씩 돌아갈 만큼의 쌀과 밀가루를 꼬박꼬박 보내왔다.

그의 선친도 형편이 어려워 한때 남의 집 살이를 하면서 일을 도와주고 삯을 받아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태면은 기증받은 쌀과 밀가루를 각 마을 경로당에 전달했다.

한 노인회장은 "고향을 잊지 않은 것만해도 고마운데, 이렇게 따뜻한 마음까지 나누니 참 감사한 일"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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