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2017년 1월 20일은 미국 제45대 대통령의 취임일이다. 8년간의 백악관 생활을 마치고 퇴임을 열흘 앞둔 오바마 대통령의 고별 연설이 1월 10일 그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서 있었다. 준비된 원고 없이 50분간 진행된 그의 연설에 진심과 열정이 묻어나 지지자는 물론 세계인이 감동했다. 그것은 이전의 어떤 대통령도 하지 못한 명연설이었다. 그는 재임 기간 동안 모든 연설문을 직접 작성했고 참모는 최종 확인 작업만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연설에서 보인 그의 진정성이 퇴임을 목전에 두고도 60%의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내이자 두 딸의 엄마 그리고 동지였던 미셀에게 감사를 표하는 부분에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미셀은 이전의 고별 연설에서 자신이 자랑스러운 영부인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며 눈물을 보이는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그는 힐러리 지지 연설에서 'When they go low, we go high'라는 명언으로 남편의 인기를 뛰어넘은 현명한 영부인이었다.

 오바마는 그 무엇보다 자신이 두 딸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그날 둘째 딸이 불참했을까 의아했는데, 다음날 과학 시험을 쳐야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을 떠나는 대통령이 몸소 보여준 것이다. 미국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그 연설의 요지는 '민주주의의 가치와 힘'이다.

 "민주주의는 통일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다양성 속에서 연대가 필요하다. 도전과 투쟁을 멈추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다. 우리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때 민주주의는 위협을 받는다. 우리가 당연시한 것은 사실 투쟁의 결과이므로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민주주의가 되는 비결이다. 민주주의 그 자체는 힘이 없다. 우리가 그것에 힘을 주는 것이다. 선택과 참여를 통해서 민주주의는 힘을 받는다. 민주주의는 당신이 필요하다. 불만을 말하지만 말고 운동화 끈을 매고 뛰어라. 나타나고 투표하라. 어떨 때는 이기고 어떨 때는 진다. 어떨 때는 실망하고 어떨 때는 성취한다. 각자 답을 찾는 과정을 경험해야 한다. 나는 지구촌 곳곳의 위험 지역을 찾아다니면서 봉사하는 많은 사람을 보아왔다. 항상 평범한 사람들이 변화를 가져왔고 세계를 변화시켰다. 나는 젊은이들이 변화를 가져올 것을 믿는다. 그들이 있어 미래가 밝다.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당신과 더불어 평범한 시민으로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계속 일할 것이다. 당신도 스스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고 일하라"

 이런 메시지를 통해 미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미국 국민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성취했는가를 그는 생생하게 전달했다. 미국의 국격을 한층 높인 품위 있는, 그리고 진솔하여 큰 울림을 남긴 연설이었다. 그런 대통령을 가진 미국 국민들이 참 부럽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