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욱 한국교원대 교수

[이태욱 한국교원대 교수] 2016년 중반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소위 '최순실 게이트'라 불리며 최순실을 비롯한 여러 관련자가 저지른 국정농단의 사건을 우리는 매일 시시각각으로 신문과 방송을 통해 새로운 사실들을 접하고 있다. 그리고 몇 차례의 국회 청문회와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특별검사 수사, 헌법재판소 재판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최순실과 관련자들의 증언을 통해 그들이 진술하는 것을 뉴스로 보면서 많은 국민은 큰 상실감에 빠져있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국민에게 상실감을 주는 주된 이유로는 관련자들이 불리한 대답이나 증언을 할 때는 사전에 서로 약속이나 했듯이 한결 같이 관련자 대부분은 '모른다'라는 모르쇠 대답이나 이해가 가지 않는 거짓 증언으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간혹 국회 청문회에서나 검찰 수사를 할 때 제공된 사진이나 녹음된 음성 등의 확실한 증거나 녹취록을 보여주면 그때는 관련자들이 그들의 잘못을 한시적으로 인정한다. 그래서 수사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 이러한 확실한 증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컴퓨터 관련 디지털 정보 수집이나 복원하는 기법이 요즘 언론에서 자주 보도하는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s)이다.

 포렌식은 '법의학적인', '법정의'이라는 형용사이며 우리가 TV에서 보는 과학수사를 영어로 'Forensic Science'라고 부른다. 즉, 디지털 포렌식은 디지털 정보를 대상으로 하는 과학수사를 일컫는다. 관련 근거로는 우리나라에서는 디지털 포렌식 관련 규정 대검찰청예규 제805호 '디지털 포렌식 수사관의 증거 수집 및 분석 규정'을 따르고 있다. 디지털 정보를 대상으로 하는 기기로는 전통적인 개인용 컴퓨터를 비롯하여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크, 디지털카메라, CCTV, 스마트폰, 이동식 저장 매체, 그리고 클라우드 환경까지 디지털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지식정보사회에서 디지털 기술들이 포털화됨에 따라 디지털 포렌식의 수집 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10월부터 대검찰청 소속기관인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ational Digital Forensic Center: NDFC)가 설립되어 심리, 영상분석, 화재수사를 과학수사 하면서 디지털 포렌식, DNA 과학수사, 사이버 범죄 관련 등을 관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의적으로 어떤 파일을 삭제한다면 일반인들은 디스크에 들어 있는 파일에 단지 삭제되었다는 표시를 통해 삭제된 파일을 읽을 수 없지만, 외형적으로 삭제된 파일이라도 디스크 어딘가에는 항상 남아 있어 수사상 필요시 복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삭제된 파일들과 손상된 자료들을 복원하고 원상회복하는 역할을 디지털 포렌식이 담당하고 있다.

 국내에서 디지털 포렌식 기법이 수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지난 2007년 '신정아 사건'과 2014년 '세월호 사건'에서 디지털 파일 복구를 통해 수사 진행에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 이제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기기의 범위가 매우 확대되고 실정이다. 종래의 단편적인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디지털 매체에서 지금의 모바일 SNS와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까지 디지털 기기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사물 인터넷과 핀테크가 많이 사용될 것이 예상되는 가까운 미래에는 새로운 디지털 포렌식의 관련 기술과 연구가 요구될 것이 예상되며 여기에 대비하는 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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