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에라, 벌써 60이네. 한 일도 없이 나이만 먹었다. 그래도 앞으로 조금만 더 나이 먹으면 경로우대증이 나온다는 희망에 나름 기분이 좋아진다. 이것만 있다면 버스나 서울에서 지하철 탈 때 경로우대석도 이용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지하철 등이 모두 공짜이다. 야호~ 장애인으로 받은 혜택은 거의 없었는데 경로우대로는 받을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아 가슴이 설렌다. 다만 늦둥이 아들 녀석 둘이 걱정이 될 뿐이다. 내 나이 70세가 되어봐야 늦둥이 아들 두 녀석은 20대 중반을 조금 넘어갈 나이이니 지금 지인들 결혼식 부지런히 참석해봐야 돌려받지도 못할 것 같아 속이 뒤집힌다. 그렇다고 축의금을 안 낼 수도 없고 이렇게 수지가 안 맞으니.

 그건 그렇고 이젠 지인들 모두 나이 먹는 것을 상당히 안 좋아한다. 어린 시절에는 일부러 떡국을 두 그릇씩 먹으면서 나이 먹는 것을 좋아 하더니 지금은 완전 역전이다. 하기사 내 나이 20대 때 장애 다리를 교정코자 병원에 입원하곤 했는데 그때 병문안 와서 자기도 병원에 입원 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던 친구는 그 소원을 과다 달성하여 이미 하늘나라에 가 버렸다. 훌륭하다. 20대에 병원 입원하는 것이 소원이라더니 그 소원을 50대에 원도 없이 다 이루고 더 나아가 지금 하늘나라 가서 폭탄주 먹고 있으니 대단하다. 물론 거기는 간암이 없으니 마음껏 먹고 마셔도 되니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이 친구 생각하면 안 죽었으면 한다. 하늘나라에서 만나면 아침부터 잘 때까지 폭탄주 먹일 테니 나는 이 친구가 지옥에 있으면 천국으로, 천국에 있으면 지옥이나 연옥 정도에 살고 싶다.

 그건 그렇고 SNS에 '상품 배송 안내'란 글이 올라와 있다. 위트가 넘치는 글 같다. 먼저 매년 변함없이 저희 택배회사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귀하께서 주문하신 "나이 한 살"은 최선을 다해 늦어도 2017년 1월 28일까지는 정확히 배달되도록 하겠습니다. 이 <나이 한 살> 상품은 절대 수령 거부할 수 없으며, 반품이 되지 않습니다. 이 상품은 본인을 추적할 수 있는 고성능 칩이 내장되어 끝까지 추적함을 알려드립니다. 초인종을 눌러도 집안에 없는 척 시치미 때고 있어도 외국으로 도피한다 할지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주인을 찾아가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으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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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글을 보면 나이 먹는다는 것을 아주 여유 있게 나타낸 것 아닌가 싶다. 이왕 당하더라도 유유자적하는 것이 얼마나 멋져 보이는지. 정유년 새해, 각박한 우리네 마음이 좀 더 여유로워졌으면 어떨까 새해 소망으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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