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자녀교육의 체험담을 발표하는 자리에 초청을 받았다. 이런 곳은 대개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성공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이기 마련이어서 대부분 식상한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는 것이라 좀 망설여졌다. 나의 이야기도 듣는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그렇고 그런 얘기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기를 낸 것은 마침 아들이 동행을 하기로 해서다. 나의 얘기는 조금만 하고 당사자인 아들에게 많은 얘기를 시킬 요량으로 기꺼이 먼 길을 가게 되었다. 아들을 키울 때 아비로서 느꼈던 어려움이 무엇이었고 그 극복과정에 숨겨진 고통을 아들이 여러 증인 앞에서 생생히 듣는 이익도 챙길 수 있으리라 여겼다.

 드디어 나의 체험담 발표순서가 되어 계획대로 나의 얘기는 조금 한 뒤에 그것을 뒷받침하는 아들의 얘기를 듣기 위해 그를 등장시켰다. 이전과 다른 나의 진행에 청중들의 눈빛이 큰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다소 걱정스런 마음으로 바라보던 나의 눈과 귀도 놀라움으로 바뀌고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모습으로 성장한 그의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나의 얘기를 증명하는 그의 증언이 청중을 압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자녀양육 체험담은 그렇게 감동적으로 끝났다. 또한 나의 자녀관에 새로운 시각이 생겼다. 솔직히 그날 나의 체험담에는 실패한 얘기가 더 많았던 것인데 그것을 완전히 뒤집어 성공한 이야기로 만들어 놓은 일이 생긴 것이다. 우리 부모들은 흔히 자녀들 앞에서 완전해지려고 한다. 끊임없이 완벽한 모습과 강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하면 자녀들이 감동해서 자기를 존경해 줄 것이라 확신한다.

 진짜 그런가? 자녀들이 부모에게 실망하는 진짜 이유는 부모가 완전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진실함을 찾을 수 없고 권위로만 지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자녀는 자신의 성장 과정을 통해 부모의 연약함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진실하지 못한 부모의 모습은 아이들 마음에 부모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깨뜨리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이해를 바랄 수 없다.

 부모는 자녀가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로서 자기 삶의 전반을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부모가 완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이 드러나 실망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연약하지만 진실하게 사는 모습을 통해 존경의 마음을 키워간다고 한다. 나의 체험담은 아들에게 연약함의 고백이었으나 그는 감동으로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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