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 사회복지사

[정혜련 사회복지사] 지치고 힘들 때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30년이 지나고 봐도 초등학교 친구는 언제나 임의롭다. 중·고등학교 때는 친구가 좋아서 그렇게 웃고, 울고 사고치고, 그러다 다시 돌아온다. 로마의 유명한 정치가 케사르는 농부, 어부, 장사하는 사람 등 모든 사람을 친구로 만드는 언변으로 권력을 얻었다. 그러니, 누군가의 친구가 된다는 것은 그 영향이 대단하다.

 설 연휴 전날 청주를 내려온다는 친구의 말에 많이 들뜬다. 자녀가 있는 기혼녀가 친구 만나러 설 전날 온다니, 감격스럽기 그지없다. 먹고 싶은 것을 말하라는 나에게 "해줄 거야?"라고 답하는 친구한테 웃음보가 터진다. 별거 도 아닌데 웃음이 터져서 한 참을 웃었다. 전화를 끊고 난 이후엔 잊고 있던 내 역사의 일부가 살아 숨쉬며, 가슴 한 구석이 저리다.

 따뜻한 찻잔을 잡고 있는 손이, 친구의 방문소식을 들은 내 마음처럼 따뜻해진다. 공자님 가라사대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라고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하셨다. 오늘은 점심 먹고 나른해진 오후 쯤 나의 벗에게 전화 한통하자. 한 동안 전화 안한 쑥스러움 보다는 반가움이 더 클 것이다. "친구야 보고 싶다" 한 마디 하는 순간, 먹고 사느라, 자식 키우느라 마음 속 깊이 눌러 놨던 또 다른 나를 만난다.

 혹시라도 전화할 친구가 마뜩치 않다면 내 배우자에게 문자하나 보내보면 어떨까? 레베카 웨스트라는 작가는 사람이 친구를 사귀는 데는 분명한 과정이 있고, 그것은 매번 몇 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좋은 부부관계의 첫 걸음은 좋은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이다. 너무나 다행히도 인생의 기적은 로또가 아니라 나만이 줄 수 있는 나의 작은 선물 하나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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