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이 출범한지 35일이 지나서 전체 수사기간의 반환점을 돌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삼성물산의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으로 이재용부회장이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하게 된 것을 두고 뇌물죄 성립 여부에 관하여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던 특검의 칼날은 현재 문화체육계 '블랙리스트'를 향하고 있다.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장관이 구속되면서 점점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블랙리스트가 왜 위험한 걸까.

 헌법은 국가에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모든 국민에게 언론·출판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가 있음을 명시적으로 선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한 문화융성정책은 헌법상 대통령에게 주어진 민족문화 창달 의무의 실현이므로 그 자체로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오히려 장려해야 할 일일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 개개인이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면서 자연스럽게 민족문화가 발달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주고, 뒷받침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사상, 특정 정치적 색채를 가진 사람들을 선별하여 지원하거나 또는 지원에서 배제하기 위한 시도를 하는 것은 이러한 자유에 대한 드러나지 않는 실질적 침해가 될 수 있다.

 특검조사에 따르면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세력은 문화·예술계에 좌파인사들이 너무 득세한다고 보아 이들에 대해 정부지원 배제 또는 감축이라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한다. 민주주의를 외치며 독재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붙이고, 이러한 프레임을 대다수의 국민에게 주입시켰던 그 시절에 머물러 있던 것인가. 블랙리스트의 명시적 위험성은 점점 피아(彼我)를 구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사회 분열을 조장하려는 의도에 있다. 아무런 이해 또는 갈등관계가 없었던 사람들도 편을 나누어 대결하면 같은 편에 대해 유대감을 느끼고, 상대편에 대해서는 없던 적대감을 보이게 된다.

 짝짓기 게임을 하면서 3명으로 짝을 만들 때 합심했던 사람들이 2명을 외치면 합세하여 1명을 내동댕이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러한 인간의 심리 때문이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서 정부가 원을 그리고 그 안에 들어오면 혜택을, 들어오지 않으면 제재를 가하는 것은 편 가르기와 더불어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행사함에 있어 자기검열에 빠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블랙리스트의 숨어있는 위험성이라 할 것이다.

 블랙리스트의 사전적 의미는 '감시가 필요한 위험한 인물들의 명단'이라고 한다. 입으로는 국민대통합과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쳤지만, 실제로는 비정상의 '끝판왕'격 행보로 사회 분열을 초래한 국정농단의 주범과 부역자들. 이들이야 말로 대한민국 역사발전을 저해하는 블랙리스트라 할 것이다. 국민의 힘으로 대한민국은 다시 정상궤도에 오르고 있다. 이들이 위대한 대한민국 역사에 남는 마지막 블랙리스트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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