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대통령평통자문위원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대통령평통자문위원] 마네의 '올랭피아'란 작품을 패러디한 '더러운 잠' 합성누드화 국회전시 파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표창원 의원의 노골적 성적 비하라고 말하고 있는 여론이 팽배하다.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침묵하고 있고 새누리·국민·바른정당 여성의원들은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도부 회의를 열어 표 의원을 당내 윤리심판원에 회부하기로 했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두 갈래로 나뉘고 있는 것 같다. 한 쪽은 비판적이고 다른 한 쪽은 비판적이지 않다.

 같은 내용을 놓고 보는 관점이 확연이 다르다. 이분법적 갈등의 골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그림이 '풍자'라는 선을 넘어 성희롱, 반(反)여성문제로 번지면서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가 급히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보수층과 여성들은 물론 일반 국민 사이에도 반감이 확산됐다. 민주당의 돌직구를 날리는 몇몇 여성의원들도 이번 일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작가들은 "보수단체가 논란의 배후에 있다"며 진영 정치로 몰고 가려는 모습도 보였다.

 60대 남성이 해당 그림을 떼어내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보수단체 회원들 30~40명이 몰려들면서 그림이 산산조각이 났다. 주최 측과 일부 시민이 충돌했고 경찰까지 출동했다. 처음 그림을 훼손한 남성은 경찰에 연행됐다. 이번 전시회를 연 작가들은 반발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민주당은 대통령 만들기에 혈안이 돼 있는 가"라며 "표 의원을 희생양으로 삼지 마라"고 했다. 이들은 그림을 떼어 낸 보수 단체에 작품 배상과 사과를 요구했다. 국회 전시회의 그림들은 '나꼼수'가 활동했던 대학로 한 카페로 옮겨졌다.

 이 과정을 보면서 우리사회가 너무 이분법적으로 분열되어 있는 것을 또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국민적 대통합이 너무도 시급함을 느껴진다. 국민 대부분은 정치권이 국민 분열을 조장했다고 말하고 있다. 경상도는 전라도에서 먼저 지역감정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전라도에서는 경상도에서 먼저 유발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제는 충청도까지 분열의 한 축으로 나타나고 있다. 진보와 보수 이념적 갈등과 지역적 갈등, 세대간, 소득간 갈등의 골이 깊게 패여 있다.

이의 부작용과 후유증을 알면서도 처방을 못하고 있는 게 우리사회의 더 큰 문제다. 언제까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어야 하는지 자못 궁금하다. 우리 국민의 대부분은 남북통일을 갈망하고 있다. 일부 국민은 남북통일보다 대한민국의 이념적, 이분법적 갈등과 지역적 갈등해소가 더 시급한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남쪽의 통일적 힘의 합치 없이는 남북통일은 요원하다고 보고 있다. 남쪽의 이분법적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 때 남북한의 통일이 과연 성사될 것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정치를 풍자해도 그것이 예술이려면 '여유와 해학 예술적 완성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여성 알몸'을 '정치 공격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전체 여성을 욕보이는 것이다. 그림이 걸린 국회 의원회관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간이다. 정치권 스스로 국민적 갈등의 소모전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세계인들이 주시하고 있다. 먼저 국민적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기 바란다. '대한민국 국격(國格)'을 높여나가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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