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앞으로 자립해서 살아가라" 유한양행의 창업자 고(故) 유일한 사장이 외아들에게 남긴 유언장의 내용이다. 그는 자기 소유 주식 전부를 재단법인 '한국사회 및 교육신탁기금'에 기증해 버리고 아들은 물론 친족 누구에게도 전혀 재산을 물려주지 않았다. 교육은 시켜주되 재산은 물려주지 않는다. 그러니 열심히 일하고 일한 만큼 살아야 한다는 것이 유일한 사장의 태도였던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들먹거려질 때마다 모델로서 그 이름이 등장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데에 있다.

 결단에 사심(私心)이나 사심(邪心)은 금물이다. 역사상의 위인, 영웅들까지도 사심이 농후한 결단 때문에 오점을 남기고 간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성공하고 이름이 빛나지만 여기에 미련을 갖거나 무능한 부하를 편애하거나 한다. 가정적으로는 마누라의 사심 가득한 요구 때문에 멍청한 자식에게 대를 잇게 하려다가 집안이 단절(斷絶)되어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이 들고 병들면 판단력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마음 약할 때 사심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영웅, 호걸이라 하더라도 인간적인 약함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뛰어난 인물의 후계자라는 이유만으로서 지배의 대권(大權)을 이어받을 때 그 밑에서 지배당하고 살아야 할 사원이나 국민의 고충을 생각해 보라.

 이점, 널리 알려져 있는 사례로서 일본 혼다기연(本田技硏)의 사장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의 용퇴(勇退)를 보자. 그는 육친(肉親)은 후계자로 삼지 않는다고 동생은 사퇴시키고 아들은 공업 디자이너로 일하게 한다. 그리고 만약 사내(社內)에 인재가 없으면 외국인을 후계자로 삼을지 모른다고 공언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모든 새로운 차종개발(車種開發)에 관여하면서 의견을 말하고 결단하고 있다가 혼다 사장이 일체 관여하지 않았던 차(車)가 히트하자 드디어 자기 시대는 지났다고 물러난 다음 회장이나 상담역도 되지 않고 최고고문이라는 실권(實權)없는 자리에 앉는다. 맡긴 이상 일체 간섭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후계자도 얼마나 의욕에 넘칠 것인가. 더욱이 이 퇴진은 그 찬스를 신중히 검토한 것이었다.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혼다의 본사에는 사장실도 없었고 회사에도 잘 나오지 않았다. 회사에 나온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맴돌면서 후계자 그들의 집단지도에 심혈을 기울여 교육시키면서 누구를 사장으로 앉힐 것인가를 면밀히 검토해 온 것이다.

 인간인 이상 사심(私心)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그러나 이를 의지력, 이성의 힘으로 억제하고 공적(公的)입장에서 사심이라는 안개를 걷어 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는 스스로 분명해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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