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

[김진웅 수필가] 설날 며칠 전부터 전통시장에는 설 준비를 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여느 때에는 보이지 않던 현수막도 여기저기에 펄럭인다. 문구는 조금씩 다르지만 고향에 오신 분들을 환영하는 것이니 장시간 달려온 귀성객들에게 힘이 나게 하고 정(情)이 샘솟게 할 것이다. 막힌 길을 아랑곳하지 않고 많은 이들이 버스와 기차, 자동차에 몸을 싣고 떠난다. 무척 바쁘고 힘들지만 연어의 회귀처럼 고향으로 부모님 계시는 곳으로 민족의 대이동을 하는 설 명절에 많은 생각과 다짐을 하게 된다.

 설날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고 세배를 받으며 덕담도 하며, 설에 대하여 알아보며 의미와 교훈을 되새겨보았다. 설은 한 해가 시작되는 새해 새 달의 첫 날이고, 한 해의 최초 명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설날을 원일(元日)·원단(元旦)·원정(元正)·연두(年頭)·연시(年始) 등이라 하는데 이는 한 해의 첫날임을 뜻하는 말이다. 구정(舊正)이라고도 하는데 이 말에는 설을 폄하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니 되도록 쓰지 않아야 하겠다. 설은 하루에 그치지 않는다. 설날은 정월 초하룻날, 하루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실제 명절은 대보름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설을 설 명절이라고 한다고 볼 수 있다.

 모두 기쁜 마음으로 설맞이를 하고 설 명절을 즐기며 새해 설계를 하며 재충전하여야 하겠지만 어려움도 많아 너무 안타깝다.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온 마을이 난리인 곳에서는 설 명절은 서글프다. 어느 마을에서는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는 상황이고, 심지어 자식들에게도 전화해서 이번 설에는 오지 말라고 하…. 그리고 영문도 모르고 땅에 파묻혀 죽어간 3,200만 마리가 넘는 닭과 오리가 불쌍하기만 하다. 한 마리를 A4용지 한 장 면적 위에서 키운다니 병에 쉽게 감염될 만도 하다. 경제도 어렵고, 취업도 잘 안 되는 등 갖가지 말 못할 사정으로 귀성을 포기한 사람들의 심정도 알 것 같고 위로하고 싶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설 연휴 끝 날인 1월 30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전화 통화에서 "미국은 언제나 100% 한국과 함께할 것이고, 한·미 관계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좋을 것"이며, "미국은 북한 문제도 100% 한국과 함께할 것"이라 했다니 반갑다. 터키에서 세계 최장(最長) 현수교(3.7km)가 일본을 누르고 우리나라 기업이 무려 4조원에 수주하여 건설된다는 낭보도 연휴 전날 들려와 가슴 설렌다. 또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취임 후 첫 방문 국가로 2월 2일과 3일 한국과 일본에 온다 한다.

 국제사회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팽창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으니 우리에겐 설 선물처럼 여겨진다. 탄핵과 대선정국에서도 모두 하나가 되고 나라사랑을 원동력으로 부국강병(富國强兵)이 되어 미국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핵심 국가라는 인식을 심어줄 때 설 선물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는 교훈을 설 명절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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