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심완보 충청대 교수] 지난 2016년 3월 알파고의 습격을 받은 인류는 인간 자존감에 대한 정신적 붕괴에 빠졌다. 하지만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고 승리한 것은 앞으로 일어날 제4차 산업혁명이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인간이 당장은 인공지능로봇으로부터 생명을 위협 받을 일은 없겠지만 점차 일자리를 빼앗기는 수모를 당해야 할 것이다.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취업자의 12.5%는 이미 인공지능로봇으로 대체 가능한 업무에 종사 중이며, 2020년 41.3%, 2025년엔 70.6%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인공지능기술 강국인 미국은 향후 10년 동안 30억 달러 규모의 인공지능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일본에서는 총리실 산하 인공지능기술전략회의가 가동되고 있다. 독일도 인더스트리 4.0이라는 계획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 또한 시진핑 주석이 다보스포럼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이끌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엔 기업이 미리 완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보다는 고객과 함께 제품을 양산한다. 누구나 언제 어디에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개인용 제조, 즉 '메이커스'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당면한 저성장을 극복할 수 있는 성장 엔진은 제4차 산업혁명뿐이라고 단언하며 제4차 산업혁명에 제때 승선하느냐 못하느냐가 국가의 흥망을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주요 선진국들이 제4차 산업혁명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런 영향인지 국내에서도 대통령 탄핵정국과 조기대선이 대두되면서 대선 주자들이 외치는 경제 정책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된다. 서로들 앞 다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청사진을 내놓으며 의제 선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이 표면적으로는 아이디어 창출자가 더 많은 부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 정도로만 보이나 사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지금보다 더 심한 사회적 양극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 등의 신기술로 인해 인간의 일자리는 점점 사라지게 되고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계층 간의 소득차이가 심화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는 실업문제로 인한 중간층의 몰락이다. 한 대선후보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단순한 일자리는 대체해 나가겠지만 고급 일자리는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대량생산·대량소비시대의 전통적인 일자리는 줄어들어 실업자와 비정규직, 자영업자가 늘어갈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가 무지갯빛 미래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하고 일하는 방식도 바꾸고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국가적 환경도 조성해야 나가야 하겠지만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인한 빛과 그림자의 양면성을 이해하고 경제적 약자를 위한 대책도 미리미리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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