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말레이시아에서 피살]
새터민들 이번 사건에 '충격'
"태영호 공사 등 주요 인사들
신변보호 한층 더 강화돼야"

[충청일보 송근섭기자] "북쪽에 남아있는 가족들 생각도 나고, 주요 탈북인사에 대한 신변보호는 잘 되고 있는지 걱정이 됩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제인 김정남의 피살 소식으로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이미 북한을 떠난 지 수년이 지난 충북지역 새터민들에게도 이번 사건은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할 때 느꼈던 '보복정치'에 대한 공포감이 다시 커지는 순간이었다.

충북지역 새터민 관련 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A씨(58)는 "뉴스를 보고 아침부터 '회장님도 몸 조심하시라'며 걱정해주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다른 남한 주민들과 달리 새터민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새터민들은 '김정은 체제'를 위협하는 인사들에 대한 북한의 보복이 이뤄질 때마다 자신의 안전보다 북에 남아 있는 가족들 걱정에 밤을 지새운다.

공식활동을 활발히 하는 일부 인사를 제외하고는 큰 위협을 받는 경우가 드물긴 하지만, 매스컴 등을 통해 노출된 이들의 가족이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걱정"이라며 "몇 년 전에 한 번 큰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2006년 탈북해 충북에 정착한 B씨(40)는 "김정은 체제가 갈수록 흔들리니까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 같다"며 "요즘 정세를 봐서는 우리 가족들뿐만 아니라 북한의 일반 주민들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김정은 정권의 '공포통치'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기존 체제 유지를 위해 정권에 위협이 되는 인사들에 대한 보복조치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A씨는 "위험을 무릅쓰고 세계에 북한의 실체를 알리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위협이 더 심해질 것 같다"며 "북한을 떠난 사람들은 모두 걱정이 되지만, 특히 태영호 공사같은 주요 인사들에 대한 경호가 한층 강화돼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B씨도 "남한에서 신변 보호를 받는 사람들보다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는 탈북자들의 안전이 걱정된다"며 "더 이상 이런 비극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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