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을 통한 가르침

김수한 추기경 선종 후 나온 이야기들 대부분은 어른의 빈자리가 크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동안 어른께서는 종파 정파를 떠나서 우리 한국사회내의 큰 어른으로서 자리매김 하셨던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진심으로 조문하였다.

우리는 최근에도 어른이 부재하거나 위태한 가운데 가정과 사회생활을 하고 있음을 목도한다.

가끔 어른들이 청소년의 잘못된 행동을 꾸짖지 못하고 피하거나 못 본채 외면한 것을 두고 개탄하는 경우도 있었고, 어른들이 어른다운 책무를 벗어나려는 것에 안타까움을 토로한 일도 많았다.

돌아가신 김수한 추기경께서는 그야말로 어른들이 어른답게 살아야 할 본보기를 온몸으로 실천하신 분으로, 우리 어른들에게 가르침을 주신 분이기에 더욱 그 빈자리가 커 보이는 것이다.

어렵고 힘든 환경에 빠져 있을수록 우리 인간들은 지혜로운 분들의 삶의 본보기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려한다.

얼마 전 내셔널 지오그래피에서 찍은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본 적이 있는 코끼리 사회에서의 위기극복 실험과정이 생각난다.

인도에서 있었던 일인데, 유순하던 코끼리 떼가 갑자기 마을을 습격하여 마을의 집들을 부수고 사람들을 공격한 일이 생겼다.

곧 동물학자들과 인근마을 사람들이 동원되어 왜 유순하던 코끼리들이 무슨 이유로 사람들을 공격했을까하는 의문을 풀고자 시도 하였다.

계속된 코끼리 집단에 대한 관찰과 연구결과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발견된 첫 번째는 코끼리들에 대한 인간의 무자비한 학대 또는 학살에 깊은 심적 고통이 각인되어 인간에 대한 적대적 행동이 돌출되어 나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코끼리들은 뇌용량도 클 뿐만 아니라 지능 자체도 꽤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정을 꾸리고 집단적인 사회생활을 하며, 때로는 인간들에게 집단적으로 대항할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코끼리 상아 절취를 위한 다 큰 코끼리에 대한 밀렵꾼들의 학살에 어른 코끼리들의 숫자가 줄어 들었으며, 인간들의 학살행위에 심적으로 상처 받아 커온 젊은 코끼리들이 천방지축으로 방황하여, 우리 사람들의 행태와 비슷하게 비리 청소년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곧바로 이들에 대한 치료방법을 여러모로 궁리하여 실험했는데, 결국에는 실로 묘한 방법이 동원되었다.

바로 그것은 상처 받아 방황하는 이들 젊은 코끼리 집단에 나이 많은 코끼리 두 마리를 투입하는 일이었고, 이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늙은 코끼리 투입 후 젊은 코끼리 떼들이 곧바로 평온한 모습으로 되돌아 가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었다.

우리는 지금 참으로 어려운 환경을 맞고 있으며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만 할 것인데, 이러한 때에 지혜로운 큰 어른이 필요한 것이다.

급속한 산업화와 핵가족화로 전통적인 가족관계의 덕목과 도덕·윤리의식이 희박해지고 어른이나 아이들에게까지 점점 더 약육강식의 가치체계가 조장되고 내몰아지고 있는 현재에, 정치와 경제를 뛰어넘는 도덕과 윤리우위의 가치를 최고로 두는 큰 어른의 존재는 그래서 더

▲ 정창준교수
욱 그리운 것이고, 오래도록 남아있기를 고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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