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김법혜 스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우리 역사 속에서도 수많은 형제살해로 얼룩진 것을 되돌아  보게 했다. 형제는 가까운 만큼 강력한 경쟁자도 될 수 있다. 조선시대 태조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은 이복동생 방석과 방번을 죽이고 결국 태종의 자리를 차지했다. 유학자들은 태종을 대놓고 비판하지는 못했지만 중국 당 태종 이세민을 깎아내림으로써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세민 역시 친형제 이건성과 이원길을 죽이는 현무문의 변을 저질렀다. 또 광해군은 인목대비를 폐하고 이복동생 영창대군을 귀양 보내 죽였다. 광해군의 폐모살제는 이후 수백 년간 그의 평가를 격하시킨 결정적 명분이었다.

 조선시대 27명의 세자 가운데 12명이 왕이 되지 못한 채 살해되거나 병사한 사실(史實)이 연상된다. 최근에는 북한이 '김 씨 왕조' 통치하에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서자 출신으로 김일성-김정일에 이어 왕좌에 오른 김정은이 왕이 되지 못한 장남이자 이복형인 김정남의 독살로 요약할 수 있다. 김일성 세습독재에 형제살해의 유전자가 잠재해 김정일은 이복동생 김평일을 해외 유배라는 형태로, 김정은은 이복형인 김정남을 독살했다.

 최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북한에 의해 독살된 김정남은 말레이시아 경찰 조사 결과 용의자 5명 모두가 북한 국적임이 밝혀냈다. 국제사회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김정남 독살 사건은 김정은의 주도하에 계획적으로 시도된 테러행위로 확인되고 있다. 김정은이 해외에 떠돌고 있는 김정남을 왜 살해했을까. 김정남이 세습체제를 비판해 김정은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정권을 잡은 지 6년째인 김정은은 핵심 간부의 잇단 처형과 숙청에 따른 내부 상황으로 최근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 고모부 장성택과 자신의 이복형까지도 독살한 잔인하고 반인륜적인 공포정치가 단명을 재촉하는 결과가 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규탄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압박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탈북민의 신변보호는 물론 추가 도발 가능성 등에 대해 철저히 대처해야 한다. 이럴 때 일수록 정부와 정치권은 북한발 불안한 징후들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갖되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의 정권이다. 김정남 독살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라는 것은 기정사실이 말레이시아 경찰 수사로 굳어지고 있다. 김정남의 사인이나 독성물질의 실체가 아직은 규명되지 못했지만 결국 꼬리가 밟힐 게 뻔하다. 말레이 경찰이 의문점을 해소하고 북한이 저지른 조직적 독살 사건임을 명쾌히 밝혀낼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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