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옛날이 좋았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옛날 사람이란다. 하지만 과거보다 현재가 더 좋다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교수도 마찬가지이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라는 훈훈한 정서는 교실 현장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계약에 의해 돈을 주고받으며 지식을 사고파는 관계처럼 변질된 것 같다. 학생들도 필수가 아닌 과목은 교육적 의미와 성장의 필요성을 설명해도 절대로 듣지 않는다. 오히려 "교수가 자신들을 이용하려고 한다"는 식으로 생각한다. 재미있는 것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일수록 이런 소극적인 사고를 더 많이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들이 교직을 선택한 이유도 그러한 소극적 태도 때문일 것이다.

 시골에서 오랫동안 고등학교 교사로 아이들에게 과학을 재미있게 가르쳐보려고 애쓰던 선생님 한 분이 청주시내의 한 고등학교로 발령받고 일 년 뒤에 나를 찾아왔다. 그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스스로 무능력한 교사로 학생들에게 대우받으면서 교직을 그만둘까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렇게 교사를 무시하면서 성장한 고등학생들 중에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다시 교직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볼 때 다른 나라보다 훨씬 우수한 인재들이 교직을 선택하지만, 정작 교사가 된 후에는 사회적 존경의 수준이 매우 낮고, 직업에 대한 만족도도 매우 낮은 특이한 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그렇다고 월급이 낮은 것은 아니다. 교사 부부는 준재벌이란 말을 할 정도로, OECD 국가 중에 교사의 월급은 상위 랭킹에 속한다. 이는 교사양성대학에서 4년 동안 우수한 인재들을 능력을 갖춘 교사로 성장시키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오로지 임용고사 합격을 위해 주입식, 암기식 교육으로 훈련된 예비교사들이 교육 현장에 가면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칠까?

 우리나라의 미래는 우리가 길러내는 인재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인재를 길러내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교사가 해야 한다. 그런데 교사가 훌륭한 인재를 길러낼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우리의 미래는 희망이 없다. 나는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교육대학과 중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사범대학의 개혁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얼마나 시급한지 꼭 말하고 싶다. 4차 산업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기르려면, 지역의 거점 공과대학 중심의 지원만이 능사가 아니다. 좀 더 멀리 보고 초등학생 때문에 인재로 길러내기 위해 좀 더 근본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지역의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에 대한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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