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청주서 첫 대규모 찬반 집회
한 참가자 태극기 불태우다 경찰 연행

▲ 26일 청주 상당공원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태극기 집회에서 20대로 남성이 태극기를 불태웠다. 이날 참가자들이 불에 탄 태극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임동빈기자

[충청일보 송근섭기자]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임박하면서 거리로 나온 충북도민들의 목소리도 찬성·반대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양 측은 탄핵 여부와 관계없이 집회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어서 갈라진 민심을 어떻게 봉합할 것인지도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 충북본부'는 26일 오후 2시 충북 청주시 상당공원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충북도민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3000여명(경찰 추산 1500여명)이 참석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충북도의회 김학철·박봉순·박종규·윤은희·임병운·임회무 의원도 무대에 올라 탄핵 기각과 특검 해체를 외쳤다.

그 동안 충북에서 대통령 탄핵 인용·구속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는 13회에 걸쳐 진행됐지만 탄핵 반대 측의 이른바 '태극기 집회'가 대규모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가 27일 탄핵심판의 최종 변론을 열고 3월 초중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울 뿐만 아니라 지방 곳곳에서도 본격적인 찬·반 대립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서수웅씨(75)는 "아무리 대통령이 잘못이 있다고 해도 좌파가 도를 넘었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나라 꼴이 뭐가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에서 온 한근형씨(27)도 "처음에는 탄핵에 찬성하는 입장이었지만 사회주의와 이석기 석방을 외치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며 "탄핵이 인용된다면 이제까지의 민주화 항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저항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영준 집행위원장은 "탄핵 기각은 일부분일 뿐이고 근본적으로 법치훼손과 자유민주주의 붕괴를 바로 잡을 때까지 집회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회 도중 한 청년이 태극기를 불태워 경찰에 연행되고 참가자들과 언쟁을 벌이는 소동도 있었다.

태극기 집회 하루 전 불과 150여m 떨어진 곳에서는 정반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갈라진 민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충북비상국민행동'은 25일 오후 5시 청주 성안길 롯데시네마 앞 도로에서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3차 시국대회를 열었다.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참석을 위해 충북에서 버스 30대, 약 1200여명이 상경했지만 청주에서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이들은 탄핵 인용과 특검 연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구속 등을 외치며 마지막 변론을 앞둔 헌재의 결단을 촉구했다.

충북 1차 시국대회부터 자원봉사를 해 온 홍상기씨(28)는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져도 재벌 기득권이 해체될 때까지 촛불을 꺼뜨리지 말고 계속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촛불집회에서 재능 기부를 이어오고 있는 보컬그룹 '살틈'의 이충환씨(21)도 "촛불의 힘으로 돈 많은 사람들만 살기 좋은 우리나라의 구조 자체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며 "그동안 국민들이 평화시위로 인내했는데, 만약 탄핵이 기각된다면 큰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탄핵 찬성·반대로 민심이 갈라지면서 최종 변론만 남겨 둔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정치권은 민심을 어떻게 수습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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