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

[김진웅 수필가] 지난 2월 26일 저녁, 45억 아시아인의 '겨울 축제'인 제8회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이 8일간 열전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중계방송과 폐막식을 시청하고 많은 것을 느꼈다. 홋카이도의 형태를 바탕으로 북쪽의 밤하늘에 빛나는 북극성과 눈의 결정 그리고 겨울바람을 뜻한 로고도 좋고, 32개국에서 2,000여 명 규모도 놀라웠다. 'Beyond your ambitions'라는 슬로건이 인상적이다. 겨울의 감동을 공유하고 더 큰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었다. 우리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6개, 은메달 18개, 동메달 16개로 총 50개의 메달을 획득해서 개최국 일본에 이어 종합 2위를 달성해서 무척 기뻤다.

 지난 주말에도 탄핵을 찬성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의 대규모 집회가 있었다. 금년 들어 가장 많이 모였다고 한다. 필자의 지인들도 서울까지 다녀온 사람들도 있고, 일요일 청주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중이라 그런지 월드컵 축구 때가 생각났다. 우리가 자랑스럽게도 세계 축구 강호들과 시합할 때마다 수십만, 수백만 명이 모여 목이 쉬도록 응원전을 펼치고 거리행진을 하며 승리를 축하하는 집회를 할 때 소중한 추억이고 큰 행복이었다는 것을 요즘 깨닫게 되었다.

 그때는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하고 함께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한 축제였는데, 요즈음 탄핵 찬반집회는 마주달리는 열차처럼 둘로 갈라져 대결하고 있다. 당파싸움을 일삼다가 나라 잃은 뼈저린 슬픔도 겪었고, 남북이 분단되어 동족끼리 싸운 6·25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고,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처하여야 할 긴박한 위기인데도 지역과 이념 그리고 세대 갈등 등으로 국가 발전의 동력을 소모하고 행복을 앗아가고 있다니 너무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다.

 이렇게 실망하고 자책하고 있을 때 일본 삿포로AG에서 최선을 다하여 선수 자신과 대한민국의 국위를 드높이고 있는 장한 모습과 승전보는 우리의 아픈 가슴을 치유하고 살아가는 크나큰 용기와 힘을 주었다. 총 64개의 금메달을 놓고 32개 나라가 경쟁하였는데, 우리가 14억 명 가까운 중국도 이기고, 64개의 금메달 중 16개를 차지했으니 얼마나 우수한 민족이고 쾌거인가! 이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더욱 기대된다. 이런 우리가 월드컵 때 응원할 때처럼 모두 하나가 되어, 수십 년 전 보릿고개를 물리치려고 밤낮없이 피땀 흘려 달리던 기적의 역사를 되새겨, 튼튼한 안보로 더 뛰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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