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최근 오리농가에 발생된 AI로 온 국민이 조바심으로 지켜보고 있는 중에 설상가상으로  보은군에 구제역이 발생하여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불행중 다행인 것은 관계 부처와 지역주민들이 함께 사투를 벌여 사수한 끝에, 10 여일째 추가 발생이 없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인 것으로 안다.  아직 이른 얘기인지 모르겠으나 그동안 관민이 합심하여 이 정도로 수습이 되고 있는 것은 충북도의 관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하고 치하하고 싶다.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유입경로 및 예방백신 등을 철저히 조사하여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함은 도민 모두의 바램일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보건인의 한 사람으로서 엉뚱한 걱정을 미리 해 본다.  만약 제2의 메르스 사태가 금년에 다시 발생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되돌아 보면 메르스 사태의 실패원인은 한 마디로 초기진압의 실패이며, 보건당국의 소극적 대처와 지역거점 의료기관의 신뢰가 무녀져 수도권 대형병원 위주의 진료 집중 현상으로 인한 전국적인 감염 확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공공의료기관은 2년 전 보다 확연하게 대처 능력이 향상되어 있단 말인가? 필자의 소견으로선 ‘글쎄요’이다. 현재 국내 공공의료의 비중은 2015년 병상 수 기준으로 9.2%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이며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강화는 시급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사태 후에 공공의료체계 구축 및 지역사회건강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정부나 지자체의 법 정비 및 예산 확보 등을 통한 여러 조치들이 있었음은 사실이다.  그 예로 공공병원에 음압병실이 마련되고 관련 의료장비 등이 구입되었으며 공공의료체계를 공고히 하기 위한 메뉴얼도 만들어져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요즘 감염병의 특징은 의학적으로 미리 예방하여 대처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요즘의 가축이나 동물에 대한 대응과 무엇이 다른지 비교해 본다.

여기에서는 공공의료체계 구축에 관한 측면에 한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충북도는 타도에 비교할 때 대학병원과 의료원 그리고 보건의료기관의 연계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우선 지역 의료 권역별로 대학병원과 관할 의료원 그리고 보건소와의 연계체계가 공고한가 하는 문제이다. 신규 감염병이 발견되면 공공의료 관련기관들이 기 준비된 메뉴얼에 의해 긴밀히 협조하여 신속히 대처하여야 한다.  만약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제2의, 제3의 메르스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그나마 청주나 충주지역은 의료원이나 병의원이 밀집되어 있어 역할 분담이 가능하다고 보나, 북부권의 제천, 단양지역이나 남부권의 영동, 옥천지역은 과연 초기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최근 인근 충남. 대전권에 의료원이 기존 4개나 있는데도 신규로 1곳을 개원하고자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참에 우리 충북에도 2개 뿐인 의료원을 최소 1개 이상 늘려서 취약지역의 주민들이 공공의료 혜택에서 소홀함이 없도록 의료원 신설을 제안한다.

 다음으로는 초기대응이 관건인데, 이를 위해 관련 의료기관의 종사들이 연합하여, 즉 대학병원, 의료원, 보건소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역할을 논의하고 실제 상황을 가상하여 뚜렷한 행동지침을 숙지하고 안전에 관한 예행연습을 얼마나 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다. 혹시 바쁜 병원특성상 공문서로 대체하고, 문제가 발생되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우리병원에 환자가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는 않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AI나 구제역 상황을 지켜보면서  내 가족과 이웃이 뜻하지 않는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공공의료에 관한 문제를 잠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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