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 정현웅ㆍ소설가
얼마 전에 뉴스를 보니 새로 만드는 고속전철의 받침대와 궤도가 문제가 되어 언급된 것을 보았다.
방수 시멘트가 아니고 흡수 시멘트를 사용했다느니 뭐니 하면서 전문적인 용어가 나온다.
우리 같은 문외한은 그런 용어를 아무리 들어도 그것이 적합한 재료인지 아닌지 결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방치할 경우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가 탈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더구나 궤도가 비틀림 현상을 일으키는데, -2㎜ 오차 정도가 안전기준인데, 현재 궤도 오차로 4㎜ 뒤틀린 곳도 여러 곳이 발견된다.
그렇게 되면 시속 400∼500㎞의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 바퀴의 날이 궤도 위로 올라서게 되면서 탈선을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간담이 서늘하지 않을 수 없다.
본인의 상상력이 앞지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수백 명을 태운 고속열차가 탈선을 하면서 뒤집혀지는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다.
여객기라든지 열차같이 많은 승객을 태운 교통수단이 사고를 낼 때는 그 희생자도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교통수단의 특성으로 여객기 사고는 전멸하다시피 하고, 열차 사고 역시 희생자가 크기 마련이다.
그렇게 대형 사고를 내고 나서야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분석을 할 것이고, 그것을 시정하는 조치가 취해진다.
병이 든 후에 예방처방을 하는 꼴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오랫동안 해온 전통이니 새로울 것은 없겠으나, 그렇게 되면 죽어나는 것은 아무 것도 모르는 시민들이다.
사전에 발견되어 부실 공사를 시정하겠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이것이 그대로 지나쳤다면 어떻게 될 뻔했는가.잘못이 나타나도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불감증으로 사고가 터지기 전에 쉬쉬하였다면 어떻게 될 뻔 했는가.

현대 사회의 구조적인 타성으로 우리는 바쁘게 살고 있다. 그래서 자기 일이 아닌 것에는 관심도 없고 관여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우리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 사회의 모든 구조는 서로간에 얽혀있는 공생의 그물망으로 되어 있다.
때문에 아무 관계없어 보여도 결국 피해가 돌아오는 귀착점은 우리 소시민들인 것이다.
공무원이나, 기업인이 공공시설에 대한 부실을 야기시켜도 아니되지만, 그 수혜자인 소시민들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부실 공사라든지, 부실한 정책이 이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할 책임이 위정자들에게만이 있는 것이 아닌, 소시민들에도 있다.
우리나라가 지난 한세월 고속성장을하다 보니 빨리빨리 해치우려는 습성이 붙어 있다.
빨리빨리 하는 것은 미덕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 부실과 이어지는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이제는 모든 것에 빠른 속도보다 알찬 내용과 진실을 중요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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