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종이 한 장의 차이라는 말은 경쟁의 경우에 자꾸 사용된다. 스포츠, 수험경쟁, 기업경쟁, 출세경쟁 모두 치열한 싸움이 아닌 것이 없다. 우리나라 대학의 진학경쟁은 참으로 처절하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격렬하리라. 그러나 합격, 불합격의 결정은 실로 종이 한 장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일류 대학을 목표로 쇄도하는 졸업생, 재수, 삼수생, 대학 정원(定員)의 두 배까지는 실력이 백중하여 문자 그대로 종이 한 장의 차라 해도 좋다. 그리고 나머지는 기력(氣力)의 차, 집념의 차일 것이다.

 대학 입시의 나이 또래면 다정다감하고 육체적으로도 그 욕망을 억제해야 할 시기다. 따라서 대학의 합격 여부는 이를 억누르면서 어떻게 에너지를 집중하느냐 하는 의지의 싸움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치열하기 그지없는 입시경쟁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외국인 중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바이탈리티(vitality)는 여기에서 단련되는 것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능력적으로 보면 거의 비슷한 사람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달리고 있는 마라톤 경주와도 같다. 우승을 노리는 높은 수준의 그룹은 반환점까지는 거의 한 덩어리가 되어 달리다. 그러던 것이 도착지점이 가까워질수록 차가 생겨 우열이 확정되어 버린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큰 차이가 생겨 버리는 것일까. 컨디션이 나빴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구실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참다운 이유는 앞에서 말한 기력(氣力), 집념의 차인 것이다.

 이럴 때 이쪽이 괴로우면 상대방도 괴로운 것이다. 여기에서 힘을 내느냐 못 내느냐가 승부의 갈림길이라고 생각하면서 필사적으로 뛰는 자가 이긴다. 적(敵)과의 종이 한 장의 차이를 확실히 의식하고 이겨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이러한 종이 한 장의 차가 드디어는 결정적인 대차(大差)가 되어 승부를 결정짓는다는 것은 비단 스포츠나 입시경쟁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경쟁이 다 그런 것이다.

 인원을 정리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처지가 되었을 때 사람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업 그 자체라고 생각하고 이를 악물고 뭉쳐서 싸워 나갈 수 있는 기업만이 내일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럴 때 체질개선도 필요하리라. 군살도 빼야한다. 그러나 전원(全員)이 한 덩어리가 되어 견뎌 내느냐의 여부로 승부는 결정된다. 즉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다. 그 때 종이 한 장의 차(差)에 지나지 않는 그 비장한 결의가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다. 시작이 중요하지만 결실은 더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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