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50년대 6.25전쟁 후 가난 속에서도 우리는 배고파도 도둑질하지 않고 조반석죽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거나 하루에 두 끼를 먹으면서도 어려움을 참고 살아 왔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자식을 사랑하며 아무리 어려워도 자식을 버리지 않고 부모님께 효도하며 못 사는 생활이 어려운데도 논두렁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해드리며 극진히 모시며 살아왔다.

 세월의 흐름 속에 경제개발과 서구화의 물결 속에 전통적인 가치관이 무너지고 가정은 교육적 기능을 상실해가고 매스미디어의 역기능은 가치관을 오도(誤導)하며 입시위주의 교육은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한서(漢書)에 한단지보(邯鄲之步), "옛날 중국에서 조(趙)나라의 서울인 한단(邯鄲)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아름답다하여 연(燕) 나라 소년이 한단(邯鄲)에 가서 배우다가 배우지도 못하고 본래의 걸음걸이까지 잊어버려 기어서 돌아왔다"는 이야기로, 자기의 본성을 잊고 함부로 남의 흉내를 내면 두 가지를 다 잃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부모 형제와 생활하며 가풍(家風)을 익히고 사회화(社會化)되고, 또래 집단의 친구들과 뛰어 놀며 가치관이 형성되어 왔지만 매스미디어 영향을 받으며 입시위주 교육 속에 가치관 형성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외래문화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왜곡된 교육 풍토를 바로 잡아 가족들이 한데 모여 오순도순 살아가는 속에 삶의 방향을 바로 잡고 매스미디어도 건전한 사회기풍을 바로 잡아가도록 다 함께 힘쓰고, 학교도 입시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참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의 장(場)으로 모습을 바꾸어 가야겠다. 이제 우리 것을 바탕으로 외래문화를 받아들여 우리의 주체성을 확립한 가운데 세계화의 물결 속에 동참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관을 확립하도록 힘쓰며 삶의 새 지평을 열어가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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