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육정숙 수필가] 오랜만에 산행을 한다. 내가 가장 좋아 하는 일이 산을 오르는 일이다. 피부를 스쳐가는 바람결이 좋아서다. 산길을 걷다보면 피부로 눈으로 들어오는 자연이 복잡한 일상들을 잊게 해준다. 세월 탓인지 걸을수록 묵직해지는 몸을 어찌어찌 달래가며 산의 정상에 나를 세웠다. 저 아래 멋지게 보이는 풍경들이 모두 다 내 정원이요 성냥갑 같은 집들은 내 정원들을 관리 하는 정원사들의 집이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으니 순간 내 간이 큼직하게 부어올랐다. 세상이 작아 보인다. 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될 듯싶은. 작은 산은 살짝 집어 저쪽으로 옮기고 저기 저 멋드러진 소나무는 집게손가락으로 뽑아 올려 바위 옆에 꽂아두고……, 해 뜨는 동쪽 땅을 호비호비 파서 호수를 만들어 볼까! 온 몸으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렇게 신나는 꿈을 한바탕 꾸었다.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가장 진실 된 마음은 서로를 가장 평안하게 해준다. 내 마음의 평안이 가족에게 이웃에게 좀 더 나아가 우리 모두의 평안이 될 수 있다. 요즘 우리는 불안 속에서 살고 있다. 나라 안과 밖의 일들이 혼돈스럽다. 우리는 각자 하나 하나가 귀한존재이다.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이다. 그러나 꽃이기에 시들 때도 있다. 시든 꽃에 물을 주듯,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용기를 주다보면 꽃은 다시 생기를 찾을 것이다.

 생각과 뜻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분열로 몰아넣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3월10일 오전11시 대통령탄핵선고! 이제 추운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었다. 각자의 마음으로 어둡게 드리운 커튼을 걷어 올리자 동토를 헤치고 솟아오르는 새순들이 우리에게 희망을 주듯, 서로에게 피어오르는 화사한 꽃이 될 수는 없을까!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