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

[김진웅 수필가] 지난 3월 10일, 대한민국 헌정사에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경사스러운 일이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이 처음으로 파면된 불행한 일이다. 이런 일이 다른 나라에서 일어났다면 강 건너 불구경하며 타산지석으로 삼겠지만 하필 우리가 겪어 부끄러운 구경거리가 되고 말았다. 잘못한 것을 아무리 후회해도 이미 일어난 일은 변하지 않는다. 흔한 표현으로 '엎질러진 물'이다. 뼈아픈 아픔을 그대로 흘리지 말고 거기에서 교훈을 찾아내고 긍정적인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고난을 딛고 내일의 희망이 되도록 결연한 의지로 추스르고 성찰해야 한다. 이제는 분열과 반목으로 국력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개인이나 국가나 변화는 따르기 마련이다. 변화 없이는 성장도 없다. 우리를 둘러싼 국제정세도 급변하여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변화도 바람직한 호재가 있고, 그렇지 않은 악재가 있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고 악재가 겹쳐서 더 걱정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안보나 경제 상황이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이 미국 대신 우리에게 하는 악랄한 사드 보복,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도발, 소녀상을 트집 잡은 일본 주한대사 일시 귀국,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정책 등 산적하고 중대한 위기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거기에다 경제난, 구직난,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이 점점 심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장기간 탄핵 찬반집회로 갈라져 국론이 분열되고 적대시하며 허송세월한 것이 우리의 뼈아픈 현실이다. 이제는 거리의 다양한 목소리가 현재의 국가위기를 극복하는 동력으로 승화되도록 해야 한다. 나무가 성장하기 위해 묵은 잎을 떨구듯이 시대에 뒤떨어진 1987년 헌법을 시대에 맞도록 새 헌법으로 바꾸어야 한다. 발전의 걸림돌과 적폐를 타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 개헌을 하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로 삼아 전화위복이 되도록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야 하겠다. 지금 개헌하지 않으면 언제 할 것인가!

 지난 일요일 아침, 일요토론 '특집 대통령 탄핵'을 시청하고 대통령 리더십 등 많은 것을 느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결정문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고,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를 했다고 했다. 소수의견 없이 일부 쟁점에 대한 보충 의견만 첨부된 채 8명 모두가 인용한 것이 너무 뜻밖이었다. 전원일치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고, 헌법적·법률적으로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것으로 모든 논란의 종지부라는 의미라면, 이제 화합하고 치유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이후에도 탄핵 반대시위에 참여했다가 3명이나 숨졌으며, 11일 마지막 촛불집회는 탄핵인용을 축하하는 폭죽까지 터뜨리는 것을 보고 마음이 착잡하고 안타까웠다. 촛불 집회나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 승자도 패자도 없다고 한다. 서로 방법은 달라도 대부분 나라를 염려하는 간절한 마음에서 한 행동이라 여기고, 서로 폄훼하지 말고, 아픔을 보듬어 주며 화합하여, 조기 대선도 공명선거로 선거문화를 정착시키며 새롭게 출발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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