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등교 못한다" 학교에 문자보내고
10시간 넘게 별다른 조치 없이 술 사다 마셔
경찰 "방치가 사망 원인"… 공방 치열할 듯

[충청일보 송근섭기자]경찰이 지적장애가 있는 의붓딸을 밀쳐 숨지게 한 30대 계모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 그 배경과 실제 처벌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주청원경찰서는 16일 지적장애 3급인 의붓딸 A양(9·여)을 밀쳐 숨지게 한 혐의(부작위에 의한 살인)로 계모 B씨(33·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B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는 17일 오후 열릴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 14일 오전 7시30분쯤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의 한 아파트 화장실에서 A양의 가슴 부위를 손으로 밀쳐 다치게 한 혐의다.

넘어지면서 욕조에 머리를 부딪친 A양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있다가 결국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에서도 사건 당일 검안의 의견과 같은 '지주막하 출혈'이 사망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건 당일 참고인 조사를 통해 A양을 밀쳐 다치게 했다는 진술을 확보, 15일 0시40분쯤 B씨를 피의자로 전환하고 긴급체포했다. 당시에는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으나, 구속영장 신청을 앞두고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했다. 형법 18조는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해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해 처벌한다'는 부작위범 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

경찰은 15일 오후 3시30분부터 6시간 넘는 피의자 조사 끝에 B씨가 미필적 고의로 A양을 숨지게 한 혐의가 짙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결과, B씨는 A양이 욕조에 머리를 부딪친 후 안방에 들어가 누워있을 때 B양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눈치 채고 오전 8시40분쯤 학교 담임교사에게 '아이가 아파 등교를 하지 못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후 A양과 10시간 넘게 방에 함께 있었으면서도 병원에 데려가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게 경찰의 결론이다.

오후 3시쯤 A양의 상태가 이미 심각하다고 파악했음에도 마찬가지로 별다른 조치 없이 편의점에서 사온 술을 마셨다는 점도 '부작위 살인' 적용의 한 이유다. 현재 A양 사망 시각은 오후 5시50분쯤으로 추정되고 있어 B씨가 조치를 취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

B씨는 경찰 1차 조사 때 "말을 듣지 않아 손으로 밀쳤다"고 했다가 2차 조사에 와서는 "가슴 쪽으로 손을 모으는 동작을 못하게 하려고 저지하다가 아이가 넘어졌다"고 진술을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부작위 살인' 혐의 적용이 타당한지를 놓고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상해치사의 법적 형량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지만 부작위 살인죄는 일반 살인죄와 같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부작위 살인 혐의가 적용된 대표적인 예는 세월호 이준석 선장과 '락스 세례' 끝에 7살 아들을 숨지게 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일명 '원영이 사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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