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3월 10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이 전원일치로 탄핵에 찬성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파면이 되어 '전직 대통령'이 되었다. 한국에서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탄핵 소추되는 것은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일이지만 실제로 탄핵이 가결된 것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작년 12월 9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이 주축이 되어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의결된 지 장장 3개월 이상의 시간이 흘렀는데 그동안 국정은 공백상태로 표류하고 있었다.

 세월호 사고 대응 실패, 최순실 게이트, 비선실세 대기업 뇌물수수 의혹 등등 연일 터지는 큼직큼직한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국민은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항상 국민을 위해 노심초사하고 몸을 아끼지 않고 언제나 정성으로 전력투구하며 누구보다도 더 많이 희생하는 대한민국 대통령. 지금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권력이나 부(富)를 탐하지 않고 가족을 대하는 사랑으로 국민의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하고 보듬어 주는 이런 대통령이 아닐까?" 내가 2012년 11월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썼던 칼럼 내용이다.

 나뿐만 아니라 그 당시 거의 모든 국민이 이런 대통령을 원하고 바랐을 것이다. 그런데 그 모두가 허사가 되었다. 국민들에게 깊은 허탈감과 상처만 남겨놓고 말이다. 우리에게 지난 4년여의 세월은 무엇이었던가? 의원내각제(議院?閣制)를 채택한 일본에서 온 나에게는 한번 당선되면 5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을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통치하는 한국식 대통령제는 이곳에 온지가 30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세계적으로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는 많지만 국민에 대한 봉사자를 표방한 대부분의 나라에 비하면 매우 이질적이다. 자칫 잘못하면 독재자는 아니더라도 언제라도 독선자(獨善者)로 변질하기 쉬운 위태로움을 내포하고 있다. 흡사 '만인지상(萬人之上)'에 군림하는 제왕을 방불케 하는 절대 권력이다.

 지난 3개월 동안 처참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보여준 침착하고 성숙한 모습은 대한민국에 한 줄기 희망을 비추어줬다. 총 참가인원 1,500만 명. 주말마다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100만 명 촛불집회는 비폭력 평화시위를 준수하면서 진행되었다. 국가의 어른이라는 대통령 스스로가 저버린 민주주의의 가치와 소중함을 국민들이 지켜낸 셈이다.

 옛말에 "가정맹어호야(苛政猛於虎也 : 예기 단궁하편)"라 했다. 건국 이래 온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써 이루어낸 귀하디귀한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계승하려면 참과 거짓을 가려내고 제대로 된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정치, 외교, 경제, 그 모두가 과거에 겪어보지 못했던 혼란과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난의 시대이다. 만약 또 다시 엉뚱한 사람이 청와대의 '옥좌'에 앉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다. 국민의 선택에 나라의 운명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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