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대통령평통자문위원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대통령평통자문위원]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관 전원 합의로 인용되었다. 온 국민들은 충격에 싸였다. 인용을 기대했던 사람들과 각하 또는 기각을 기대했던 사람들이 다 같이 충격을 받은 것이다. 대통령은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갔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태극기를 든 탄핵반대집회 참가자들은 비통함과 울분을 가지고 있다. 탄핵반대집회 참가자 중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했다.

 태극기와 촛불이 심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승리를 자축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패배감에 쌓였다. 국민적 편 가름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 엄청난 소모전이 벌어졌다. 진보적 성향과 보수적 성향으로 갈라졌고 젊은 층과 노년층으로 갈라졌다. 한 가정에서도 부모와 자식이 갈라졌다. 아들과 아버지가 탄핵인용과 탄핵기각을 놓고 심한 언쟁이 벌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부 가정에서는 아버지가 홧김에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촛불집회의 반작용으로 나타난 태극기 집회라 그 후유증이 더욱 크게 나타났다.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불복입장을 천명했다. 대통령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는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국민대회를 열었다.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헌재를 두고 "국가 반란적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헌법적 주권자인 국민의 이름으로 헌재해산을 요구했다. 재판관 9명을 새로 지명해서 다시 심판하라고 요구했다. 박근혜대통령 당사자도 기각을 확신했던 듯 큰 충격을 받았다. '헌법수호 의지가 없다'는 헌재판결로 파면을 당한 대통령을 보면서 찹찹한 심정이다.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첫 탄핵 대통령으로 불명예 퇴진하는 모습이 인간적이 면에서 씁쓸하다. 이제 박 전 대통령은 민간인 신분으로 법의 심판대에 서야한다. 이러한 국가적 불행한 사태가 다시는 재발되지 않길 바란다. 이는 국가적 큰 소모전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간 것이다. 물은 엎질러졌다. 다시 주어 담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창조해 내야 한다. 한 정권은 5년의 임기로서 유한하다. 이번 정권만 그런 게 아니고 앞으로 탄생될 모든 정권에도 해당된다. 하지만 대한민국 호는 영원한 불사조다. 그러려면 과거를 치유하고 국민적 갈등을 수습하고 통합의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주변 환경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핵으로 제압하려는 북한의 호전적 만행은 우리를 긴장케 하고 있다. 중국의 강한 사드반대, 일본의 독도침탈과 역사왜곡, 미국의 자유무역 장벽과 한·미FTA재협상요구 등 민감한 사항들이 많이 놓여있다. 60일 내의 대통령선거 등 국내외적으로 어렵고 혼란스런 악재들이 산적해있다. 각 정당 및 대통령 후보들 간의 심한 정책대결은 국론분열로 치달을 수 있다. '국민적 심오한 각오'로서 이를 극복해나가야 한다. 성숙한 국민의식을 보여야 한다. 갈등을 화합으로 다지고 더욱 전진하는 대한민국을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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