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세상은 혼돈에 빠져있고 주류(主流)가 어디로 향해 흐르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인플레와 불황이 뒤범벅이 된 채 진행되고 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능력상실에 분노한 국민들의 촛불 시위는 날로 더해가고 있다. 이러한 비상시국에 나아갈 방향이나 코스를 틀리지 않도록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때야말로 프로의 본때를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아니겠는가. 그러면 방향 판단을 그르치지 않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가.

 등산할 경우에는 반드시 나침반과 지도를 갖춰야 한다. 지도가 지상(地上)의 가이드라면 그 반대인 천계도(天界圖) 즉, 성도(星圖)도 지침이 된다. 북극성이나 남십자성을 비롯해 하늘에 가득 빛나고 있는 별들은 예부터 사람들을 인도하는 안내자였다. 비즈니스 인 경우 나침반은 경영이념이며 경영방침이다. 그리고 각자의 신념과 강렬한 목표로 목적의식이다. 이 경영활동의 원점(原點)이 왔다 갔다 하거나 잘못되어 있어서는 이야기가 안 된다.

 길을 잃고 갈 길은 먼데 도중에 해가 저물어 버릴 수밖에. 일본의 마쯔시다 전기에서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철저하게 경영방침을 주지시킨다고 한다. 그래서 이 회사의 사원은 모두 경영방침의 권화(權化)다. 귀에 못이 박힐 정도가 아니다. 전신전령(全身全靈)을 못으로 만들어 버릴 정도라고 하니까 대단한 일이다. 이렇게 방침이 철저히 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심각한 불황에도 끄떡하지 않고 수익을 올린다고 하지 않는가.

 다음은 지도(地圖)인데 이것은 계획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지도나 계획은 너무나 크고 평면적이다. 아무리 정확히 그렸다고 하더라도 "지도는 현지(現地)가 아니다."라는 유명한 말처럼 지도의 강에는 물이 흐르지 않으며 유속(流速)이나 차가움도 알 수가 없다. 숲이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밀도인가. 나무의 높이나 굵기도 알 수 없다.

 이것들은 실제로 현지(현실, 현장)에 가서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탐험가로서의 비즈니스맨이 해야 할 일이며 수완을 보일 때다. 현지에서 이 강은 어떻게 건너고 이 벼랑은 어떻게 오르며 이 숲은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지도나 나침반이 있다 하더라도 비가 오거나 안개 때문에 시계(視界)가 흐려지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이에 밤이 될 때도 있다.

 이러한 위기에 처해 방향을 잃었을 때는 기억을 더듬어 분기점까지 되돌아가라. 그러면 차분해지고 다시 용기가 생긴다. 이것이 현명한 리더가 취할 바 태도다. 길을 잃었을 때 잘못하다가는 팀 전체가 조난당하는 비극이 기다릴 뿐이다. 모든 것 다 잃어도 용기(勇氣)만은 잃어서는 안 된다. 용기(勇氣)가 있는 한 희망은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