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 책상 가운데를 /굵직한 선 겹겹이 그어놓고 /영토 지키는 초병인 양 팔꿈치 힘주며 다투던 날, /딱치 치기로 또 한 번 목숨을 걸었지만 /타짜에게 몽땅 쓸려 빈털터리 된 /그래서 세상 깜깜했던 날, /두 겹 딱지를 나머지 공부로 건져주신 당신은 맏형 같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교육만큼은 왜 그리 문제도 해법도 대안도 많은 건지 /심심찮게 엷은 비, 바람 흩뿌려 /시린 사도행보에 /몇 줌 햇살 쯤 만나고픈 /아리한 유목민이 됩니다. /'선생님은 바담 풍(風)해도 너희는 바람 풍(風)…' /어미 새의 울림을 알아듣지 못했던 어리석음은 세월 갈수록 소중합니다. /달빛 받아 크는 탱자처럼 말입니다. /필자의 시 '물감풀기' 전문이다.
 
 일본·베트남 교환대학생과 중국·카지흐스탄 대학원생의 한국어교육과 논술을 지도하며 놀란 게 있다. 그들 희망은 한결같이 교사다. 이유를 물었다. "조부모, 부모세대와 달리 점점 꼬여가는 인성을 바로 세우고 싶어서"란 논거였다. 학교 폭력과 허물어진 교권의 몸부림은 국경을 초월한 당면과제다. 농부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곡식이 열매를 채워가듯 아이들은 선생님 손길에 따라 자랄 수도 멈추기도 한다. 정답을 고르는 훈련은 시킬 순 있어도  바른 사람 조형(造型)이 말처럼 쉽지 않다.
 
 선생님이야말로 '사람 만들기' 제2의 부모다. 육아휴직 후, 교단을 찾은 후배가 3년 동안의 현장 변화를 "소름 끼친다"는 어조로 읊조렸다. 수업 중 리액션은커녕 인내의 끝자락까지 묻어난다며 씁쓰레한 것처럼, 대부분 핑계에 능숙하다. 장학(?學) 현실은 곧잘 지체와 부진을 아이들 탓으로 돌리기 쉽지만 자신의 문제를 걷어낼 줄 모른다. 비록, 힘이 벅 찬다 해도 열정 자체로 두터운 신뢰의 근육을 만든다는 걸 모르는지.
 
 교육 수난시대다. 제자를 품는 스승과 등을 돌리게 하는 선생님이 있다. 높은 교육적 성취를 보이는 경우, 과업중심 영역을 포함하여 인간관계에서도 배려와 소통으로 긍정 고리를 형성해 나간다. 배배 꼬인 문제의 정답을 찍어내는 훈련이 아니라 사람 되는 풀무질에 우선순위를 둔다. 조금 소란하더라도 개개인 의견이 존중되어 '재미있게 배우고 신나게 가르치는 궁합'이야 말로 행복한 동행의 모델 아닐까. 교육 심장부터 달라져야 비로소 품격도 얘기할 수 있으리라. '더불어 살아갈 동력'인 제대로 된 가르침의 본(本)이 배려돼야 한다. 바람 불지 않아도 내가 달리면 바람개비는 돌 듯, 세상에 스승을 이길 직함은 아직 없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