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봄을 알리는 훈풍과 더불어 대학교 신입생들이 희망과 기대로 가득 찬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초중고생의 경우 부모의 소득에 따라 사교육 지출비가 달라지고 그 결과가 학생들의 성적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통계는 이미 여러 차례 발표되었다. 같은 맥락으로 부모의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들이 명문대에 입학할 확률이 크다는 연구도 이미 나와 있다. 사교육에 많이 투자할수록 당장은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사실을 당연시하는 것이 지금의 사회 분위기다. 부의 세습, 인지도가 높은 가업의 세습도 이미 통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의 입시 전문학원에 대학교 신입생을 위한 강좌가 생겼다. 이른바 SKY로 불리는 명문대의 상경계와 이공계 합격생들을 위해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는 학점 관리 특별반이다. 대학 전공과목을 미리 배우려고 학원을 찾는 명문대 신입생들, 그들은 분명 치열한 사교육의 과정을 거쳐 입학했을 텐데 대학에 입학하고서도 그 사교육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5주 동안 주말마다 진행되는 이 수업은 한 과목에 50만 원이란다. 사교육, 대학가면 끝날 줄 알았는데 다시 시작되는 사교육비 부담에 부모들의 한숨은 깊어간다.

 대학생들의 관심도 주로 성적에 쏠려 있다. 경쟁이 치열해서 어떤 과목은 고3때처럼 열심히 해야 학점을 잘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학생. 대학생활의 낭만을 이야기하기보다는 학점을 잘 주는 교수가 누구인지가 주된 화제인 대학생. 대학생이 되고서도 중고등학교 시절 익숙해져 버린 사교육을 벗어나지 못하는 대학생. 상아탑에서부터 협업보다는 경쟁으로 내몰리는 대학생. 이들은 캠퍼스의 낭만은커녕 학점 걱정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결국 다시 학원으로 내몰리면서 사교육에 기대게 된다.

 초중고 시절 10년 넘게 습관처럼 사교육을 받고 대학생이 되면 저절로 사교육 효과를 믿게 되고, 취업이나 자격증 등 결정해야 할 일이 생기 때마다 스스로 공부하고 결정하기보다는 사교육이나 각종 컨설팅에 의존하는 성향이 커진다고 한다. 그런 대학생은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잃어버리고 스스로는 아무 것도 결정할 수 없게 된다. 사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많이 받고 싶어지는 중독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그 결과 대학생이 돼서도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는 이른바 '사교육 습관설', '사교육 중독설'을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대학 졸업 후에는 스스로 결정하고 도전해야 할 일들이 계속되는데 습관성 사교육에 중독된 대학생이 어찌 자신의 장래를 설계할 수 있겠는가. 장기간의 습관으로 생긴 결정 장애는 그리 쉽게 고쳐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들이 만들고 살아갈 사회의 모습을 생각하니, 그들에게 한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그것이 결코 핑크빛만은 아닐 거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생긴다. 대기만성이라는 말도 있듯이 대학생 스스로 눈앞의 성적보다는 좀 더 원시안적 생각으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백세 시대를 살 그들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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