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욱 한국교원대 교수

[이태욱 한국교원대 교수] 최근 한국방송공사(KBS)은 휴먼다큐 <인간극장>을 통해 '엄홍길의 약속 나마스테'라는 제목으로 5부작을 방영하였다. 등산가인 엄홍길 산악대장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세계적인 산악인으로서 지구상의 가장 높은 히말라야 산맥의 8000미터 넘는 고봉 16좌를 세계 최초로 완등한 사람이다. 우리는 보통 그를 부를 때 엄홍길 대장이라 하며 그는 1985년부터 2007년까지 무려 22년 동안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을 비롯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정상 16개를 완등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산악인이 되었다. 그가 세계적인 산악인이 되기까지는 본인의 엄청난 노력과 더불어 정상에 오를 때마다 겪는 모진 시련을 극복해야만 가능했다.

 무엇보다 위험한 고봉 16좌의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산에 오르기까지 많은 셀퍼(sherpa: 등산안내인)와 포터(짐꾼)들의 도움과 고산 지대에서 발생하는 급작스런 날씨 변화 등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안전사고를 항상 감당해야만 한다. 뜻하지 않게 동료 대원들을 잃을 때 심적으로 엄청난 고통이 따랐을 것이다. 이럴 때마다 엄홍길 대장은 '살려서 내려 보내 주신다면 이 산과 이곳의 사람들에게 보답 하겠습니다'라고 주문을 외우듯이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곤 하였다.

 네팔 국가는 국토 면적이 약 14만 제곱킬로미터로 한반도 전체 면적에 약 0.67배 되는 국가이며 인구는 3160만 정도 된다. 네팔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약 700달러 정도 되어 빈민국에 속한다. 전 국토의 80퍼센트가 산악지대이며 개발되지 않은 지역이 많고 교육시설 역시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국가의 가용노동력의 90퍼센트가 농사에 종사하고 인구의 90퍼센트가 힌두교를 믿고 있다. 통계 수치상으로는 국민소득이 형편없는 최빈민국 수준이지만 꼭 소득이 많다고 행복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닌 것이 사실인 대표적인 나라가 네팔의 경우이기도 하다.

 이번 인간극장에 등장하는 밍장부라는 9살 네팔 소년이 있다. 밍장부는 생계를 위해 어릴 때부터 포터 일을 하면서 어려운 가정을 일찍부터 돕고 있다. 등산화를 신고 가기도 힘든 험한 산길을 밍장부는 낡은 슬리퍼를 신고 머리에 띠를 해서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오르내리는 방법으로 짐을 옮기고 있다. 가까운 학교를 가기 위해 삼촌집에서 기거하며 두 달에 한 번 엄마와 하루 잠깐 만나고 헤어진다. 이렇게 착한 밍장부와 엄홍길 대장의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 주겠다는 굳은 약속에 엄홍길 대장은 지금도 다시 네팔을 간다.

 이번에 준공된 히말라야 학교는 9번째 학교로서 마칼루 세뚜와에 세워졌다. 준공식 날 여기에 다닐 학생들이 불과 이틀 연습한 하모니카와 멜로디언 건반악기를 가지고 함께 합주를 하였다. 그것을 우리는 '히말라야에 울려 퍼진 나마스테'라고 부른다. 끝으로 우리의 아리랑과 같이 네팔 국민들의 한이 서린 전통적인 민요 레썸 삐리리(Resham Firiri)를 합주하고 부르면서 피날레를 장식하였다. 천사 같은 밍장부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렇게 멋있고 아름다운 일들을 앞으로 더 많이 하여야 하고 여력이 있는 한 계속해야 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