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검찰이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금주 중반 이후에나 영장청구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거라는 예상이 검찰 내부의 소식통을 인용한 그간의 언론보도였던 것에 비춰보면 비교적 빨리 결론을 내린 셈이다.

검찰은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박 전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정하고 파면한 직후 특별검사로부터 수사자료를 이관받고, 특별수사본부를 다시 차려 수사를 계속해왔다. 21일에는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4번째로 박 전 대통령을 검찰 청사로 소환해 21시간에 걸쳐 장시간 조사를 벌였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의 조서를 7시간이나 꼼꼼히 읽고 세세한 부분에 진술의 본의가 잘못 기술돼 있다며 수정을 요구했지만, 검찰의 조사 태도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는 말까지 할 정도로 만족스러워 했다. 이런 대목을 보면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설마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야 하겠나라는 낙관을 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런 예상을 깨고 구속영장이 청구됨으로써 결과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검찰이 과연 영장을 청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탄핵 인용이냐 기각이냐가 진영논리에 따라 엇갈렸듯이 꼭같이 주장이 맞섰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엄청난 분량의 수사기록을 보유한 상태였고, 유무죄 판단에 부족함이 없었을 터였지만 수사기록 검토를 이유로 영장청구 여부를 결정하는데 꽤나 뜸을 들였다. 시중의 여론 추이를 살폈을 것으로 보인다. 로또 맞추기 처럼 영장청구 여부 판단이 어려워지면서 촛불과 태극기 집회는 지난 주말 서울 도심 광장에서 대규모 찬반 시위를 벌이는 등 또 다시 국론분열 양상을 드러냈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지난 24일 출근길에 기자들로부터 영장을 청구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 상황에 따라”결정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으나 당연한 얘기인 만큼 질문의도에 만족할만한 답변은 되지 못했다. 영장이 청구된 후에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은 고려하지 않고 수사기록에 의거해 영장을 청구하겠다는 의미였음을 짐작할 수 있었을 뿐이다.

너무 좌고우면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질 무렵 검찰은 전격적으로 법원에 영장청구서를 접수시켰다. 청구 이유는 “막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 남용적 행태를 보이고, 중요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는 것이다. 또 혐의가 역대 전직 피의자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많은 13가지나 되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것도 부가됐다. 이미 다 알려져 있는 내용인데 왜 결정에 6일씩이나 걸려야 했는지 알 수 없다.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판사가 영장실질심사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법원 역시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하겠지만,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구속하는 것만이 만인은 법앞에 평등하다는 법치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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