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영화 '시간위의 집' 스틸 컷

[충청일보=조신희]사람은 어둡고 폐쇄된 공간에서 무의식적으로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남편이 살해되고 아들이 실종되는 사건 발생 원인지가 '집'이라면 어떨까? 편하고 따뜻한 안식처였던 '집'이 한 순간에 가장 예민하고 공포스러운 공간이 될 것이다. 생각만해도 오싹한 심리를 영화 '시간위의 집(감독 임대웅)'이 제대로 건들였다.

영화 ‘시간위의 집’(감독 임대웅)은 집안에서 발생한 남편의 죽음과 아들의 실종을 겪은 가정주부 미희(김윤진)가 25년의 수감생활 후 다시 그 집으로 돌아오면서 발생하는 사건을 긴장감 있게 그려낼 하우스 미스터리 스릴러다.

영화는 제목처럼 미희의 집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집이라는 한정적 공간에서 이해할 수 없는 각종 미스터리한 일들이 벌어지며 밀도 높은 긴장감을 계속해서 선사한다. 특히 미희 역을 맡은 배우 김윤진의 연기가 압권이다. 전작 ‘세븐 데이즈’에서 엄마의 절박함을, ‘이웃 사람’에서는 죽은 딸을 지키지 못한 깊은 후회와 자책감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통해 ‘모성애'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번 영화에서도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아들 효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은 스릴러 영화 속 깊은 감동이 가미돼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또 김윤진은 현재와 25년 후 노인이된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외적인 모습은 물론 내면연기까지 상반되게 표현한다. 따뜻한 모성이 가득했던 미희가 남편과 아이를 집에서 잃게되고 25년 후, 자신 외에는 아무 것도 믿지 못하게되는 극과 극의 열연은 주목해 볼만하다. 특히 김윤진은 후두암에 걸린 노년의 미희를 더욱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거친 목소리와 함께 구부정한 자세는 물론 눈빛, 걸음걸이 등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써 몰입도를 높였다.

이와 함께 무당 만식(박준면 분)이 자꾸만 수상한 일이 벌어지는 미희의 집에서 '영(靈)'을 부르는 장면은 지금껏 보지 못한 신선한 연출로 보는 이들의 공포심을 극으로 이끈다. 해당 장면은 집이라는 페쇄된 공간에서 '블랙아웃'되고 오직 소리와 바람으로만 공포적인 요소를 주고 있다. 또 영화의 주 배경인 1992년대에서는 가족들의 분열, 불안한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 '핸드헬드'로 촬영해, 카메라를 고정시켜 놓고 촬영한 현재의 2017년과 상반된 분위기를 표현했다.

'시간위의 집'이 뻔한 스릴러물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처럼 영화는 단순히 관객들을 놀라게하고 자극적인 것에 중점을 두지 않았다. 섬세한 연출과 누구도 빼놓을 수 없는 배우들의 열연, 미장센, 모성애 등의 여러가지 요소로 화합을 이뤄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완연한 봄에 신선한 스릴러물을 느끼고 싶다면 오는 4월 5일 개봉하는 '시간위의 집'을 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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