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가끔 고속도로를 운행하다 휴게소에 들려 화장실을 사용하게 되는데 갈수록 깨끗해지고 있고, 주변공간을 아름답게 꾸미기 때문에 놀라곤 한다. 사실 과거의 휴게소 화장실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이렇게 변모해서 이용자들에게 행복감을 주기 까지는 분명 오랜 기간 이를 개선하고 보다 아름답게 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필자가 아는 바로는 20여 년 전에 휴게소 사업이 민영화 되면서 부터가 아닌가 한다. 이때부터 휴게소별로 시장경쟁체계가 도입되기 시작해 청결도와 서비스 수준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아져, 운전하다 잠시 휴식 및 요기하는 공간을 넘어 또 다른 오락 및 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공간인 주변의 병원과 비교해 보면 어느 병원이나 좁은 공간에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진료 및 각종 검사실 등이 밀집 배치되어 있어 복잡하다. 특히 각 층마다 화장실에 가보면 병원마다 화장실의 규모나 청결상태가 천차만별이기도 하지만 아무리 청결하다 하더라도 병원의 특성상 휴게소처럼 만족하기에는 어려운 면도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수시로 교육받고 인지하고 있어 병원 화장실에서는 보다 깨끗이 씻으려 하지만 여건이 그렇지 못한 병원이 많이 있다. 며칠 전 지인이 입원해 있는 모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병문안을 마치고 병원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화장실도 다녀왔다. 이 병원은 최근 적자운영이 심화되고 있어 내부적으로 이를 타개하고자 안간 힘을 쓰고 있는 병원이다. 다른 곳은 몰라도 화장실을 다녀오고 나서 영 찝찝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사방에 비누거품이 남아 있고, 쓰고 난 휴지가 여기저기 있으며 그나마 휴지도 몇 장남아 있지 않았다.

서비스마케팅에 “진실의 순간 (Moment of Truth) “이란 이론이 있다. 이 MOT는 스웨덴의 마케팅 학자 R. Norman이 서비스 품질관리에 처음 사용하였는데, 오일쇼크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스칸디나비아항공(SAS)사에 39세의 나이로 사장에 부임한 얀 칼슨이 이 이론을 항공사에 적용하여 1년 만에 800만 달러의 적자로부터 7,100만 달러의 흑자로 전환시킨 유명한 이론이다.

기업과 접촉하는 여러 번의 MOT에서 고객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주게 되면 전체적으로 부정적이 될 수 있어 한 순간에 고객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이론으로, 고객이 직원들과 접하는 처음 15초 동안의 짧은 순간이 회사의 이미지, 나아가 사업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한다. 이 점에 착안한 젊은 CEO 칼슨은 모든 항공사 및 항공기의 청결을 최우선으로 하여 집중과 선택을 통한 흑자 전환을 이룩한 것이다.

이 이론을 병원에 접목해 보면 아무리 진료가 탁월하고 좋은 인상을 받았어도 다른 직원이나 장소에서 부정적인 인상을 받게 되면 어떻게 될까?

새 봄이다. 4월이 시작됐다.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을 외치며 서비스에 몰두하고 있는 병원계에,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병원마다 화장실부터 청결하게 하고 모든 직원들이 진정어린 서비스를 한다면 항공사처럼 경영상태가 호전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고객마다 병원 정문을 나서며 감동받은 마음을 가슴에 담고 가는 날이 온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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