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준 청주대 교수

[정창준 청주대 교수] 3년 전 겨울 어느날 시작된 이른바 정윤회 문건보도로 시작된 사건 보도는 잠시 묻혀 사라지는 듯하더니 새로운 인물의 등장과 폭로로 엄청난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는 소용돌이가 되고, 급기야는 대통령 탄핵과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초대형 사건으로 폭발을 일으킨다. 사실 많은 국민들이 분개하여 사건이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결정적 사유가 있었지마는 무엇보다도 최고 통치권자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무너진 것이 가장 뼈아픈 일일 것이다. 또 그 중 하나는 측근들이 저지른 국정농단들로써 거짓으로 일관한 그들의 행태가 속속 드러나면서부터 가속된 것이다.

 이제 최고 통수권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시작된 대선정국은 빠듯한 선거일정을 앞두고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대선후보들의 각축전에서 각종 루머 또는 거짓정보들이 독버섯처럼 생산되고 퍼지기 시작한다. 거짓정보 또는 거짓말은 새로운 매체환경에 걸맞게 적응하고 변신하여 아주 그럴듯하게 유권자들에게 접근한다. 인터넷 세상이 열린 이후 자유로운 정보 유통과 공유 환경으로 새로운 신세계가 열렸지만, 이에 걸맞게 뒤따르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아직은 시작단계이지만 아마도 대선 막바지에 이르게 될수록 점점 더 그 기세는 달아올라 부작용이 발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일찍이 거짓에 대항하여 도덕적 규칙으로 인간 삶을 우위에 두고자 고심한 칸트의 윤리적이며 도덕적인 정언명령의 개념은 인류보편성에 바탕하여 조건 없이 지켜야 할 명령 또는 규칙의 하나로 거짓을 말하지 않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 하나의 건실한 약속과 계율로써 지켜져 왔는데, 이미 현재의 생활 속에서의 인간속물과 매개체들은 각자의 이익과 이해관계에 맞추어 일부 몰지각한 집단들에 의해 변질되거나 편향된 거짓말들이 생산되고 유포되고 있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히도 지난 서울 광장에서 모인 압도적인 수의 수백만의 사람들이 벌인 촛불회합은 이러한 거짓말들이 그리 쉽게 유포되지 못하고 지엽적으로 남아돌게 하는데 힘이 된 것은 사실이다.

 정치의 계절에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에게도 가장 치명적인 상처는 개인에 대한 거짓말의 조작일 것이다. 어차피 말이란 것이 현실을 대신하는 기호라서 말이든 글자든 또는 다른 미디어이든 현실은 이들을 통해서 전달되는 운명을 지니고 있으므로 직접 현장에서 일일이 목도하지 않는 한 아니 그것은 거의 불가능할 뿐이지만, 중간 전달자인 미디어가 의도하는 바를 보거나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거짓말 조작이 더욱 무서운 것은 듣는 이들이 원하는 의도나 입맛에 맞게 이른바 가짜 뉴스로서 각색되고 조작된다면, 이중적으로 날조되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강조되는 주문이지만 유권자가 두 눈을 뜨고 거짓을 꼭 집어내는 것이 바른 정답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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