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찬인 수필가·전 충청북도의회사무처장

[신찬인 수필가·전 충청북도의회사무처장] 선배님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적게는 한 살, 많게는 10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데, 언제부터 인가 주된 대화의 내용은 건강과 소일문제이다. 오늘도 대화의 시작은 누가 어디가 아프다는 얘기로 시작되어 자연스럽게 어떻게 소일하고 있는 지로 넘어 갔다. 이야기 끝에 그 중 한 분이 본인은 자격증과 수료증이 29개라고 한다. 퇴직한지 몇 년 동안 혹시나 써먹을 수 있을까 해서 이런저런 교육을 받고 공부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단다.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심리치료사, 노인상담사 등 그렇게나 자격증이 많은데 요즈음은 결혼상담사 공부를 하고 있단다. 그러고 보니 평생 동안 달랑 운전면허증 하나 가지고 생활하다가 퇴직한 본인은 정말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던 자신이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하며 그 선배에게 물었다. "그 많은 자격증이나 수료증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어요."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대부분 활용해 본적이 없었다고 한다. 어쩌다 강의 갔을 때 강의 자료로 활용하는 게 고작이란다.

 우리 사회가 취업난이 심각하다 보니 너나할 것 없이 스펙을 쌓느라 야단들이다. 젊은이들은 토익, 해외연수, 인턴에 컴퓨터 등 각종 자격증을 몇 개씩 따는 것은 기본이라고 한다. 스펙을 쌓느라 당사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그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부모들은 경제적 문제로 허리가 휜다.

 과연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 많은 자격증이 필요하기나 한 걸까? 물론 없는 거 보다 있는 게 낫겠지만, 내 경험으로 보아 대부분의 경우 실제 활용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때 가서 준비해도 늦지 않으련만, 취업을 하기위해 무작위로 스펙을 쌓다 보니 개인은 물론 사회적 손실이 너무 크다. 최근 들어 스펙으로 인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이 일부 있어 정말 다행이다.

 그런데 나이든 사람들까지도 맹목적이고 무분별한 스펙 쌓기에 내몰리는 것은 왜 일까? 우선은 경제적 문제로 또 일부는 사회참여 문제로 재취업을 원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실업률이 12%가 넘고 비경제활동인구가 500만이 넘는 현실에서 퇴직자가 재취업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퇴직자들이 너무도 많다. 국가적 측면에서 보아도 일할 능력과 욕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경험과 기술을 사장시키는 것은 큰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문제에 착안하여 충청북도에서는 전국 최초로 생산적 일자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촌이나 중소기업이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 반해, 생산 활동이 가능한 유휴인력들이 취미활동에 소일하고 있는 것에 착안하여 시행한 사업이다. 그다지 노동의 강도가 세지 않은 일을 하루 8시간을 하면 4만원, 4시간을 하면 2만원을 지급한다. 그리고 인건비의 50%를 자치단체에서 지원함으로써, 농민이나 중소기업인들을 지원해 주는 제도이다. 관심을 가져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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