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최근에 논란을 빚고 있는 기초학력 미달자 결과조작에 대한 소식은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매우 걱정스럽다. 하지만 이는 어쩌면 인간의 당연한 욕구일 수도 있다.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구는 내 자신의 진짜 실력을 알고 싶은 마음보다도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생들의 진짜 실력을 알아보고 싶어서 평가를 실시했지만, 그 결과를 보여주는 과정에서는 또 다른 욕구가 우선할 수 있다.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장식성과 실용성. 장식성은 교양 수준의 교육을 말한다. 피아노, 독서 등의 많은 교육 활동들은 대부분 인간 사회에서 필요한 소양 교육의 측면이 강하다. 직업을 가지고 사는데 반드시 필요한 정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용성은 직업을 가지고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교육을 말한다. 농부라면 농작물을 기르는 내용에 대한 교육을, 빵집 주인이라면 빵을 만드는 내용에 대한 교육을 말한다. 소위 직업 교육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많은 내용들은 실용성보다는 장식성에 해당하는 것이 많다. 전공을 선택하는 대학 교육 내용조차 실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현장의 기업들이 문제 제기를 할 정도에 이르렀다. 장식성을 강조하는 교육은 다시 말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다. 소위 교양을 높이기 위해 배우는 것들이 이에 속한다. 우리가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고 싶은 이유는 남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만약 나 혼자 사는 세상에서라면 로빈슨 크루소처럼 수염도 기르고 누더기를 입고 지내도 될 것이다.

남을 의식한다는 것은 인간의 사회성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며, 학생들의 기초학력 평가 결과를 조작하여 남에게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싶어 했던 학교 관리자들의 마음도 이러한 남에 대한 의식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실력이 어떤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보다는 외부에 좋은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운동선수도 빼고, 공부 못하는 아이도 빼고 성적을 공개하고자 하였던 마음이 앞선 것이다. 어느 부모인들 자식이 받아온 성적표 중에서 잘한 것만 옆집 친구에게 말하고 싶지 않겠는가? 결국 그것은 우리 모두가 쉽게 빠질 수 있는 유혹이다.

그렇다고 해서 성적을 조작한 학교 관리자들이 잘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본모습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 뿐 아니라 남에게도 민폐를 끼치기 때문이다. 남을 속이다 보면 결국 그 속임에 스스로도 빠지기 쉽다. 자신의 본모습이 아닌 가짜 모습에 도취되어서 진짜 자신이 잘하는 줄 알고 더욱 공부하는 것에 소홀하게 될 것이다.

남은 속였지만 자신의 본 모습을 제대로 알고 있기 때문에 절치부심하여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남을 의식하면서 생기는 과시욕에서는 타인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인정해주기만 하면 더 이상 노력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된다. 결국 그 사람은 적절한 시기에 획득했어야 할 지식을 획득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짧은 기간 동안 남을 속임으로써 누릴 수 있는 달콤함에 취해 장기적으로 볼 때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 삶의 풍요로움이라면,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물질적인 면 뿐 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단지 졸업장을 취득해서 좋은 직업을 가지고 많은 월급을 타면 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안에서 행복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평가 결과 조작과 같은 파문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굳이 남을 속여서 과시하는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내면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위해 교육이 도움을 주어야 하는데, 아직도 학교 교육의 초점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배운 사람들 중에서도 정신적으로는 피폐한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번 기초학력 미달자 결과조작 사건을 계기로, 초, 중등 교육의 시각이 학생들의 진정한 행복을 가꾸는데 도움 되는 실력을 기르는데 초점을 두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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