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자 수필가

[한옥자 수필가] 콩나물을 1천 원치를 사면서 한 줌을 더 얻기 위해 주인과 벌인 말의 실랑이는 푸근했다. 노점에서 5천 원짜리 간소복을 사면서도 한참을 골랐다. 시장을 빠져나오는데 좌판 앞에서 졸고 있는 촌로가 보였다. 사는 마을에서 뜯었다는 야생냉이 한 움큼을 2천 원에 샀다. 콩나물과 냉이로 나물 무침을 하고 국을 끓이니 저녁 반찬으로 훌륭하다. 더불어 새로 산 옷도 봄 내내 집에서 편하게 잘 입게 될 것이다. 시장에서 8천 원을 쓰며 얻은 행복이 크다.

 대한민국의 대부분 주부는 이렇게 살림을 산다. 지갑을 꼭꼭 여미며 동전도 쥐어짜고 아낀다. 그러나 한 학기에 500만 원에 치닫는 자식의 등록금과 먹여주고 재워주는 기숙사비며 용돈은 아깝다는 생각 없이 과감하게 지갑을 연다. 자식의 인생, 더불어 이 나라의 미래가 달린 돈이라 아낌없이 쓴다. 이처럼 돈은 많이 버는 것보다 잘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어디에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돈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6.25사변 때 목숨을 잃은 군인의 유해 발굴과 세월호 인양에 드는 1,000억 원 가량의 비용을 견주며 가치를 운운하는 정치인이 있단다. 그에 관한 신문 기사를 보니 입만 열면 제 기준대로 말을 다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원망스럽다. 인양한 후, 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침몰 사고원인을 덮고 가자는 말인가. 매번 국가 재난 급 사고가 나도 각자의 운명으로 돌리고 말 것인가. 세월호 인양은 미수습자의 가족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이 나라의 국민은 언제 어디에서 터질지 모르는 대형사고의 피해자로 노출된 채 살고 있으므로 누구나 물속의 미수습자가 될 수 있다. 발언의 주인공과 그의 가족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사안이다. 많은 돈을 쓸지라도 이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 나라가 올바르게 항해한다면 인양에 쓰는 돈의 가치는 무한대이기 때문이다.

 인양 비용이 아깝다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자식의 생명과 미래가 걸린 돈을 쓸 때 아깝다고 하겠는가!' 대선을 앞두고 아버지를, 자식을, 형제를 전쟁터에 바친 국민의 아픔을 건드려 표심을 구걸하는 얄팍한 흑심 발언 쪽으로 자꾸만 무게가 실린다. 또한, 정치인이라는 자격을 오용, 남용하여 국론을 분열하는 선봉대장으로 보였다.

 무심천의 벚꽃이 만개했다. 가족 나들이 인파가 많다. 휴일을 꽃과 함께하는 표정에서 행복이 뚝뚝 묻어난다. 이따금 부는 바람은 꽃비마저 내려주어 싱그럽다. 가족이 모여 앉은 돗자리에 놓인 치킨 한 마리와 과일, 캔 맥주와 음료수 구매비용을 가늠해 본다. 어림잡아 2만 원 안팎이다. 선량한 시민 대다수는 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그들은 국론이 분열되길 원치 않는다. 국민을 갈라서 제 검은 욕심을 채우려는 자, 8천 원과 2만 원이 주는 행복가치를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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