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무릇 정치(政治)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국가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며, 바람직한 미래의 인간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권력 행위'이다. 이러한 정치적 행위의 이행 과정에서는 반드시 '소통'이라는 핵심가치가 필요한 것이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정치를 '소통의 미학(美學)'이라 칭하기도 한다. 소통(疏通)이란 '서로 이해하여 막힘이 없이 잘 통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집단 간의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는 데에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소통이 국가의 흥망을 가르는 중요한 갈림길이 되기도 하였다.

 동양의 정치사(政治史)를 되짚어 보면, 소통에 충실한 군주는 성군(聖君)으로 추앙받았다. 반면에 백성들과의 소통을 무시하고 절대적 권력에 의지하여 불통(不通)의 정치를 자행한 폭군들은 결국 권좌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그 예로 진시황의 뒤를 이은, 한 나라 호해(胡奚)는 오로지 환관인 조고(趙高)의 말만 듣고 따라, 편신(偏信)의 정치를 펼쳤다. 편신이란 '공론(公論)을 무시하고 어느 한 쪽 말만 듣고 행하는 것'을 말한다. 조고는 황제의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문고리 권력이 되어 황제의 권력을 전횡·농단하였던 것이다. 그 결과 천하를 통일했던 진나라는 진시황 사후 불과 30여년 만에 멸망하고 말았다.

 그런데 말이다. 작금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불행하게도 우리의 역사에 기록되고 말았다. 박근혜 정권의 최고 통치자는 뒷거래로 이루어지는 이른바 '비선(秘線)라인에 의존함으로써, 공적인 소통이 소홀히 되었다. 그리하여 공적 소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단적인 예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 회견장(2015.1.12.)에서 장관들의 대면보고를 늘릴 의향이 없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면보고, 그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 답하였다. 이는 대면보고 같은 것은 필요 없다고 여기는 평소 그의 소신을 여실히 밝힌 것이라 하겠다.

 돌이켜 보면 박근혜 정권의 치명적 실패는, 소통 부재 내지 불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가권력의 최고의 중추(中樞)에 해당하는 공조직 내에서 소통이 단절되면, 국정 전반에 심각한 동맥경화를 초래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이제는 더 이상 공적인 조직을 떠나, 사적(私的)인 비선라인에 의해, 소통이 행해지는 비정상적 시스템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 바라건대 한 국가의 지도자는 그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공식적 소통 라인을 민주적으로 건강하게 운용하여 나라를 발전시켜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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