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이 옳은 것이고 어떤 것이 그른 것인지, 어떤 것이 좋은 것이고 어떤 것 나쁜 것인지에 대한 구별은 오히려 더 어려워진다. 분명히 지금 보다 더 젊은 시절에는 그런 것들의 구분이 더 분명했고, 분명하지 않은 것을 답답해하기도 했으며 진실은 분명하게 하나로 존재한다고 믿었다. 과거에는 진리로써 생각되어 오던 것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렇지 않음을 발견할 때 과연 영원히 시간이 지나도 그 것이 맞는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사실이 있을 까하고 의심하게 된다.

그러함에도 인생의 반을 살아온 이 시점에서 발견하게 된 것들을 진리라며 가슴에 소중히 간직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모든 변화는 스키 점프대와 같다는 사실이다.

스키 점프대에서 점프하는 선수들을 바라보면 그들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멋진 광경을 경탄하며 바라보게 된다. 그런데 가만히 그들이 그렇게 허공으로 높이 상승하는 힘이 어디서 온 것일까를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에게 추진력을 제공하는 동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디에서 그렇게 강한 상승의 힘이 나오는 걸까를 생각해보자. 그것은 빠른 속도로 급경사를 하강하는 추락의 에너지다.

아찔한 급경사를 곤두박질치듯이 내려가는 하강의 단계, 그 추락해가면서 에너지가 점점 더 축적되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추락하는 선수는 전혀 불안해하지 않는다. 그렇게 곤두박질하면서도 겁을 내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하강의 의미를 알기 때문이리라. 하강의 쓸모없는 추락이 아니라 상승의 에너지를 얻어가는 단계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인간은 의미의 동물이라고 한 철학자가 있다. 고통이 있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고 그 고통의 의미를 모르기에 괴로워하는 것이라고 어떠한 고난이라도 그 의미를 꿰뚫어 알고 있으면, 인간은 별로 힘들어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세계 경제의 공황상태를 맞이하여 곤혹스러워하며 미래의 경제 성장 동력을 찾아서 다시 경기를 상승국면으로 돌려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소비 진작을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소비를 늘려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의 경제정책들을 보면서 그 효과에 대해 대단히 회의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경제이론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는 사람이지만 듣고 있으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필요한 만큼 생산을 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소비로 연결되는 것인데, 생산을 위해 소비를 하라니, 별로 필요치 않더라도 자꾸 물건을 다 구매하고 사용하라니 무엇을 위한 소비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분명히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하강 국면을 지나 상승기를 맞게 될 것이다. 인류라는 존재는 이전에 지구위에 번성했던 공룡 같은 존재물과는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에, 인류의 발달사가 여기서 종지부를 찍지는 않을 것을 믿는다. 그렇다면 하강은 상승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인다면 가까운 시일에 상승국면을 맞이하리라고 예상된다.

하지만 그때 사람들은 어떤 대책을 잘했기 때문에 경기가 다시 살아났다고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어떤 것을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하강기를 맞이했기에 그렇게 잘했던 것이다. 상승기에 교만하여 잘못할 수밖에 없었듯이.. 이제 이런 하강과 상승을 통해 좀 더 이전보다 덜 교만한 새로운 상승기를 맞이할 수 있기를 조용히 바래본다.


▲ 한병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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