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이정규기자] "이렇게 일찍 발표할 줄은 몰랐다."
 
지난 10일 이시종 충북지사가 충주에코폴리스 사업 중단을 전격 발표하는 것을 지켜본 충북도청 직원들의 공통된 말이다.
 
생각보다 빨랐던 그의 선택에 대해 '의중(意中)'을 정확히 짚는 이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있다.
 
1년 2개월여 후 지방선거를 생각한다면 에코폴리스 사업 중단 선언은 그에게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
 
가뜩이나 항공 MRO 사업 포기로 비난을 받은 마당에 에코폴리스 중단까지 더하게 되면 내년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조길형 충주시장, 충북도당, 해당 지역구 의원 등까지 나서 전방위적인 집중 포화를 퍼붓기 시작했다.
 
충주시장과 국회의원, 충북지사까지 지낸 이 지사가 이런 비난의 화살을 예상 못 했을리 만무하다.
 
사실 에코폴리스는 11월까지 실시계획 승인을 내주고 내년 6월까지 사업을 진행하다 선거 후 판단해도 하등 문제될 일이 없다.
 
그때 포기 선언을 하더라도 "에코폴리스 사업 성공을 위해 노력했지만 예상대로 안 됐다"고 해 버리면 그만이다.
 
오히려 "어렵지만 해보자"고 시행 의지를 보였다면 고향 충주시민들의 적극적 후원(?)에 힘입어 내년 선거를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충분히 예견 가능한 '후폭풍'을 알면서도 이런 선택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 지사는 지난 10일 유럽 순방 성과 발표 후 가진 기자들과 오찬에서 의미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정치가로서 판단이 아닌 행정가로서의 판단이다, 정치적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사업성 없는 일을 추진한다는 것은 도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이 말은 언뜻 "내년 선거에서 충주표가 떨어지더라도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불출마 선언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저 웃음만 지으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만일 이 지사가 불출마를 고려 중이라면 7선 불패 신화를 달성해 이제는 아쉬움이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사는 연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선 출마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긍정적 의사를 표시했다.
 
출마를 생각하면서도 결정했다면 본인 말대로 충북도 발전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결정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어느 정도 정치적 피해를 보더라도 3선 달성에 큰 걸림돌이 아닐 것이라는 자신감의 발로라고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노련한 이 지사의 진짜 속내는 알 도리가 없다.

이번 지사의 결정에 걱정어린 눈빛을 보낸 그의 한 측근은 "쉬운 길을 두고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정말 모르겠다"며 "3선 도전 여부는 대선 결과를 본 뒤 7월이나 8월쯤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지사의 이번 '수'가 불출마 고려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불패 신화를 재현하는 데 큰 문제가 안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인지, 진정으로 충북 발전을 위한 대승적 선택인지, 앞으로 그의 대응책을 지켜보면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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