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 변호사

[이영란 변호사] 며칠 전만 해도 이제 막 봄이 왔다고 생각했다. 과거와 달리 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기간이 현저히 짧아지긴 했어도, 그래도 봄이 왔노라 즐거워했었다. 벚꽃도 화사하게 피었고, 온갖 꽃들과 새싹들이 피어나는 것이 눈에 보였으니 봄이 왔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몸으로 느껴지는 절기는 봄이 아니라 초여름 같다. 한낮에는 거리에 반바지와 반팔 상의를 입은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뭐가 문제인걸까? 아직 4월 중순인데 벌써 여름의 열기가 느껴지는 건 왜 일까?

 우리나라는 본래 4계절이 뚜렷하고, 봄의 따스함과 가을의 청량함이 분명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졌다. 그리고 여름은 점점 더 무더워졌고, 겨울에는 고드름이 꽁꽁 얼어붙는 그런 한파를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따뜻해졌다. 학계에서는 우리나라도 이른바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최근 몇 년 동안의 기후와 관련된 과학적 통계 자료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단다. 결국 그 모든 것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며, 지구 온난화의 주원인 제공은 인간이 했다는 것은 공통된 의견인 것 같다.

 자연은 원시시대나 현재나 있는 그대로, 늘 그래왔던 대로 자신만의 시간대로 흘러가는데, 인간이 만들어낸 여러 가지들이 자연을, 지구를 아프게 하고 있나보다. 이러다가 조만간 '봄'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는 아름다운 봄이 사라진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물론 '봄'이 사라진다고 해서 당장 뭔가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연환경이 변하면 필연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 역시 변해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환경이 반드시 우리에게 유익한 쪽으로 변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안 좋은 쪽을 변할 가능성이 더욱 크기에 기후 변화에 모두들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리라.

 우리는 잠시 지구에 머물다 사라지는 존재다. 공룡이 그랬듯 우리 인간도 그런 존재일 수 있다. 지구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아이들이 대대손손 살아가야할 곳이다. 그런 지구를 잠시 머물다가는 존재인 우리가 망쳐서는 안 되지 않을까? 지금 당장의 불편함을 감수해보자. 아주 작은 나의 실천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힘을 믿어보자. 문제를 만든 것이 우리라면, 그것을 해결하는 것도 우리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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