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서울취재본부장

[이득수 서울취재본부장] 반도와 대한민국에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는 이제 소설이나 추정이 아니라 실화로 봐야 한다. 하나의 가설처럼 들렸던 북폭이 빠르게 구체화 돼 가고 있다. 우리만 무감각했지 외국에서는 매우 우려하고 있다. 전시대비 사재기나 경제활동 위축되지 않아 다행이지만 안보 불감증이 더 문제가 크다.

 트럼프 정부 2인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취임 후 첫 번째 방문한 국가인 서울에 와서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면서 "북한은 우리 대통령의 결의를 시험하거나 이 지역에 있는 미군의 힘을 시험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교안 대통령대행과 회담한 후 공동발표에서 이런 강경한 대북 메시지를 던지고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는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시진핑에게 중국이 안 하면 미국이 나서겠다고 대놓고 통보했다. 북한의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게 미국의 확고한 방침임을 천명한 것이다. 이를 전후해 발생한 시리아·아프가니스탄 공격에서 미국은 토마호크미사일 59발과 핵탄 다음으로 파괴력이 크다는 폭탄의 어머니로 불리는 MOAB를 사상 처음 실전에 사용했다.

 미국의 군사적 행보는 단호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항공모함 칼빈슨 호는 한반도 쪽으로 선회했고, 세계 최강 스텔스전투기 F-22·F-35B·B-2스텔스 폭격기 등 미국의 핵심 전략무기들이 한국내 미군기지와 괌의 앤더슨 미 공군기지, 주일 미군기지 등 한반도 주변에 속속 전개됐다. 북한 김정은의 행태는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15일 평양에서 벌인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서는 신형 탄도미사일들을 등장시켰다. 미국이 선제타격할 기미가 보이면 먼저 핵무기를 쏘겠다고 큰 소리를 치고, 미국의 반응을 시험하기 위한 '간보기' 미사일 발사도 했다.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는다. 미국 본토까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사거리를 가진 핵 미사일로 그가 할 수 있는 대응은 결국 같은 민족이 사는 대한민국에 떨어뜨리는 것이다. 휴전선 일대에 배치된 장사정포도 결국은 수도 서울의 주민과 시설을 파괴하는 게 주목적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북핵이 대미협상용이라고 옹호하고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의식구조가 불가해하다. 북폭설 확산이 득표에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진보 진영은 전혀 언급하지 않거나 가짜뉴스라고 주장한다. 국가의 존망이 달린 사안도 대선 판에선 정략적으로 취급될 뿐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얼핏 보기엔 미국이 북핵을 저지하기 위한 무력행사 정도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미중일 간 동아시아 패권확보 경쟁의 일부분이다. 김정은의 불장난을 빌미로 그 후원자인 중국을 손보겠다는 것이 미국의 본심이다. 초고속 경제성장으로 확보한 막대한 자금으로 군사력을 키워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배제하고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중국과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는 미국. 어느 편에 서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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