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힘든지, 자식을 안 낳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자식을 기르면서 겪는 제일 큰 어려움은 남 보기 번듯하게 키우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한다. 그래도 명문대에 들어가지 못하면 "남보기"가 두려워 평생 속앓이 하며 산다.

 그러다보니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편법도 횡행한다. 나는 한동안 저소득층 자녀의 장학금 지원 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일부 학생들의 키, 외모, 생각, 말씨 등에서 생활고에 시달린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점이 궁금했다. 미루어 짐작할 뿐이지만, 종교 분야의 직업이라 세금 등이 가시적으로 잡히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가정이거나, 혹은 편부모 가정일 경우 위장 이혼으로 소득이 없는 쪽에서 자식을 맡고 상대편이 양육의 지원을 음성적으로 하는 상황도 있는 것 같았다. 사실 사회적 배려 계층은 일반 학생들보다 대학 진학에서 많은 혜택을 받기 때문에 이런 부모도 있다고 한다. 

 요즈음은 학부모가 교사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하거나 신고하는 일을 본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자녀들은 올바른 인성을 가진 성인으로 자랄 수 있을까? 국정 농단의 한가운데 서 있는 우병우 수석도 한 때는 촉망받는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 검사였다고 한다. 대학생 때 사시에 합격할 만큼 우수한 두뇌를 가지고 있어도 결국 그의 인생이 성공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재가 권력과 야합하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희망이 없다. 그 뿐이겠는가? TV에서 포승줄에 묶여 나오는 조윤선 전 장관, 최경희 전 이대 총장 등도 모두 과거에는 '남 보기 번듯한' 자녀였을 것이다. 

 온 국민의 열병이라고 할 수 있는 자녀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에서 대선후보들은 모두 교육 공약을 제안하고 있다. 대학 입시의 문제 해결을 내건 후보도 있고, 아예 교육부를 없애자는 후보도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없어지거나 서울대학교가 없어진다면 자녀 교육의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다. 문제의 근본은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 교수였다가 인도 여행 후에 요가 수행자가 된 람다스는 "당신의 부모를 만나서 일주일 지내보면 스스로의 성숙 정도를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만큼, 많은 부모들은 자식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자식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일지 모른다. 우리가 그런 부모가 되어야 젊은이들이 자녀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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