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늦둥이 아들 둘이 얼마나 쑥쑥 크는지 모른다. 날이면 날마다 먹을 것 타령이다.

특히 큰 아들 놈은 매시, 매분 먹을 것 타령이어서 이 아이 먹을 것 장만 해 주는 것이 우리 집 사람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야 아침 식사를 안 하므로 집에서 식사 하는 것이 고작 저녁식사 한 끼 뿐이다. 그런데 가끔 집에서 짜증나는 것이 내 퇴근 시간에 맞추어 식사 준비를 미리 마쳐 놓으면 좋으련만 한참을 기다려야 저녁

이 나오는 날이다. 이런 날은 식사 나올 때 까지배가 고파서 냉장고를 뒤져 눈에 띄는 것을 먼저 먹게 마련이다.

냉장고를 열어보면 제일 눈에 쏙 들어오는 것이 바로 아이들이 먹다만 음식이다.

좀 오래되어 보여 집 사람에게 먹어도 되냐고 물어 보면 오래 되긴 했지만 먹어도 지장 없을 거라고 한다.

결국 변했는지살펴 볼 겨를도 없이 내 입속으로 그 음식들이 들어간다. 물론 아이들의 경우 아무리 시장해도 냉장고에 들어 있는 오래된 음식을 먹으려고 하면 집사람이 절대 못 먹게 한다. 혹 음식이 변 했을지 모르니 배고프더라도 식사 나올 때 까지 참으라고 야단을 쳐 댄다.

결국 상했을 수도 있는 음식의 경우 버리기는 아깝고 고로 누군가는 먹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내 차지가 된다.

이에 비해 집사람과 아이들은 절대 신선한 음식만 골라 먹는 것이 우리 집 사는 모습이다.

어느 날은 상했을지도 모르는 음식으로 허기를 면하고 있으니 그 날 저녁 메인 메뉴인 카레가 나온 날이 있었다. 그 날 따라 카레가 인기 있어서 밥 한 그릇에 카레국물을 비벼 먹고 모두들 더 달라고 하는 것 이었다.

충분한 분량의 카레를 한 것이 아니어서 집사람은 남은 카레국물을 아이들에게 더 주고 그리곤 얼른 자기 밥그릇에 카레를 더 담는다.

나도 더 달라고 하니 남은 것이 없다고 안 주는데기분이 참 안 좋다. 먹다 남아서 상했을 지도 모르는 음식은 나보고 먹으라 하고 방금 요리해서 맛있는 카레 국물은 지들만 더 먹으니 참으로 기분이 묘하다.

그저 내 신세는 돈이나 벌어오고 상한 음식이나 주어먹는 것 아닌가 싶다. 지금 정부에서 행해지는 정책들이 우리 집과 흡사하다.

'세종시법'의 2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되고 그 법적 지위도 특별자치시가 아닌 특례시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세종시를 중심으로 발전의 원동력을 삼으려 했던 청주공항과 오송역의 몰골이 참 비참해지며 특히 충북은 세종시가 특례시가 되면 행정구역 일부만 세종시에 넘겨주는 모양이 된다.

수도권 규제 완화 등을 비롯하여 매사 수도권에 이리 체이고 저리 체이는 것 같다. 정부는 수도권은 따끈따끈하고 신선한 음식만을 주려고 하고 충북은 상했을 지도 모르는 음식만 먹으라고 하는 것 같다.

같은 식구끼리 좀 심한 것 아닌가 싶다. 충청도는 그저 정부에 꼬박 꼬박 세금만 내고 상했을지 모를 음식만 먹어야 하는 팔자 같다. 생존권 차원에서 찬 겨울바람을 맞으며 망루에라도 올라가야 하는 충북인들의 심정을 정부는 과연 알까?

▲ 조동욱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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