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 동작·눈망울 부각 등 파격 연출
단색 배경 벗어난 여러 색 활용도 '눈길'
환하게 웃는 정면 얼굴 사용은 시대 불변

▲ 왼쪽부터 순서대로 이시종, 박종기, 조창배, 신장호, 박덕영, 이기동, 채영만 선거 벽보.

[충청일보 박성진기자]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15명 후보들의 선거 벽보가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게시된 가운데 충북에서 1995년부터 2016년까지 치러진 각종 선거 벽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각 캠프에서 온갖 아이디어를 쥐어짜 탄생한 선거 벽보는 후보자의 얼굴로 가득찬 디자인이 대부분이지만 이를 과감히 깬 벽보도 극소수지만 역사 속에 살아있다.
 
1995년 6월 치러진 1대 충북도지사 선거에 도전한 후보 6명은 관습처럼 굳어진 틀에 박힌 선거 벽보를 공개했다. 오래된 옛 사진관을 떠올리는 우중충한 배경에 얼굴을 정중앙에 대문짝만하게 넣는 스타일을 고집했다.
 
당시 김덕영(민주자유당)·이용희(민주당)·윤석조(무소속)·양성연(무소속) 후보는 입을 꽉 다문 채 미소가 전혀 없는 표정으로 다부진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손이 보이지 않는 후보들과 달리 조남성(무소속) 후보는 정장을 입고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키는 장면을 연출했다.
 
주병덕(자유민주연합) 후보는 상체를 고정한 상태에서 얼굴만 살짝 돌린 채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유일하게 벽보를 제작었다. 민선 1기 충북도지사의 영광은 주 후보에게 돌아갔다.
 
이 때문인지 1998년 2대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이원종(자유민주연합) 후보는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얼굴 사진을 벽보에 실었다. 특이한 점은 당시 후보들은 대부분 주요 경력 및 학력 등을 게재했는데, 그는 미게재했다. 다만 '자민련 바람'을 의식한 듯 당명을 크게 인쇄했다.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재선을 노린 주 지사는 직전 선거와는 달리 정장이 아닌 푸른색 남방 차림으로 소매를 걷은 채 측면으로 서서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키는 벽보를 내세웠지만 결국 낙선했다.
 
이후부터 2014년 6대 도지사 선거 때까지는 근엄한 표정의 얼굴보다는 유권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환한 얼굴 표정의 벽보가 대부분이었다.
 
이 중 단연 눈에 띄는 벽보는 6대 도지사에 도전한 신장호(진보통합당) 후보의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색 리본이 크게 그려진 것이다. 이 벽보에도 역시 신 후보의 상체 사진은 들어갔다.
 
기초단체장에 출마한 후보들의 선거 벽보 가운데 시대 상황과는 맞지 않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디자인도 있다. 1995년 1대 충주시장 선거에 나선 이시종(민주자유당) 후보는 기존 단색 배경에 벗어나 푸른색 계열과 흰색을 사선으로 처리해 역동성을 강조했다. 역시 큼지막한 정면 얼굴은 고수했다. 기호 1번을 크게 처리한 것은 당시 선거풍토를 읽을 수 있다. 그는 이 선거부터 12년을 내리 충주시장을 지내며 도지사 재선까지 성공, '선거 무패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그 해 1대 단양군수에 출마한 조창배(자유민주연합) 후보는 판막이 벽보에서 탈피해 팔을 활짝 뻗은 전신을 게재하는 파격을 연출했다.
 
박홍태(무소속) 후보는 1대 보은군수에 도전하면서 모자를 쓴 채 묘목을 들고 있는 벽보를 찍어 유권자들을 의아하게 했다.
 
1998년 2대 청주시장 후보로 등록한 채영만(무소속) 후보는 컬러시대와는 어울리지 않게 홀로 무채색 단색으로 벽보로 꾸몄다. 벽보에 나이를 밝히고, 경력과 학력을 크게 실은 것도 화제였다.
 
2002년 3대 음성군수 선거에 나선 박덕영(무소속) 후보는 얼굴을 크게 확대해 촉촉한 눈망울을 부각시켰다.
 
박종기(한나라당) 후보는 2006년 4대 보은군수에 출마하면서 자신의 이름 옆에 기표한 투표용지를 담은 벽보 디자인을 선보였다.
 
2014년 6대 단양군수에 도전한 윤명근(무소속) 후보는 두루미와 나비 등이 함께 하는 자연 속에 자신의 전신 사진을 합성, 벽보를 통해 환경보호를 강조했다.
 
이처럼 몇몇 후보들은 이색적이거나 파격적인 선거 벽보를 선보였으나 시대가 흘렀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환하게 웃는 정면 얼굴 사진을 기본으로 우측 상단에는 시대를 대변하는 캐이츠프레이, 왼쪽 상단에는 당 마크, 하단에는 후보를 상징하는 문구와 함께 기호와 이름을 배치하는 것이다.
 
주요 경력과 학력을 넣는 것도 잊지 않는다. '1등', '확', 준비된', '바꿔보자', 'OO전문가' 등도 단골문구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