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주현주 보은 주재 부장

은혜를 갚는 땅 충북 보은지역엔 광물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

광물 중에는 사업화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광철석처럼 백해무익한 것도 있다.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고장을 지키며 살아온 농민들에게 광철석 물은 그저 독해서 하천의 생물을 없애고 농사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물로만 알고 있었다.

기온이 오르면 온 하천에 흰 거품이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 것을 보며 행정기관에 문의하고 군의원에게도 민원을 넣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살펴보겠다" 뿐이었다.

순박한 농민들은 그렇게 자기들 손으로 선출한 군수와 의원들이 정말 살펴서 해결해 줄 것이라 믿으며 수 년을 살아왔지만 누구 하나 나서지 않자 언론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 20일 본보 보도가 나간 후 대책 마련 취재를 위해 강원도에 본부를 두고 있는 한국광해관리공단 수질사업팀에 문의를 하자 의외로 친절한 답이 돌아왔다.

"보도를 봤으며 공단 충청지사의 현장 실사로 수질 및 토양 오염 조사 후 주민들에게 더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소속인 광해관리공단도 공무원인데 대통령이 탄핵되고 대선 중인 어지러운 정국과 비교할 때 반응이 너무 빨라 오히려 물어보는 기자가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듯이 다음날인 지난 21일 오전 10시 마을 주민한테서 전화가 왔다.

"공무원인 듯한 사람 3명이 현장에 나와 물을 뜨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 하루 만에 주민들의 민원 해결을 위해 대전에서 아침부터 달려 온 광해공단 충청지사 광해사업팀 강가루 과장이 보은군 공무원의 안내를 받아 직원 1명과 함께 물과 토양 샘플을 채취하고 있었다.

현장에 나온 강 과장 일행은 하류부터 계곡 발원지까지 광철석 물이 흐르는 곳을 샅샅이 확인하고 채증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컸겠다고 위로의 말을 건넨 후 "현재 육안으로 봤을때 전형적인 광철석 물의 특징을 띠고 있다"며 "이곳을 생업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주민들의 건강과 농업용수·식수 확보 차원에서 샘플 정밀 검사 후 결과에 따라 공단 본사와 보은군, 마을 주민, 인근 토지주와 협의해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은 "요즘처럼 어지럽고 혼란한 속에서 공무원들의 보신주의가 오르내리고 있는 이때 이렇게 빨리 민원 해결을 위해 촌구석까지 나올 줄은 생각하지 못 했다"며 "공무원들이 광해관리공단 충청지사 만큼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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