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 사회복지사

[정혜련 사회복지사]  2004년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발리에서 생긴 일’이란 드라마는 가난한 여자가 부유한 재벌2세와 똑똑한 엘리트 청년사이에서 사랑 받는 클리셰가 강한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서 잊을 수 없는 장면이 하나 있다.

그 장면에서 똑똑하지만, 재산과 배경이 없는 소지섭이 재벌2세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캔디 하지원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계급은 중세시대에만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 놈들의 헤게모니가 우리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을 뿐이지.” “물론, 그 이데올로기 안에서 행복하다면 할 말은 없지만...... .” 이 야기를 들은 하지원은 재벌2세인 조인성에게 “너의 헤게모니가 우릴 바보로 만든대!” 라며 외친다.

재미로 보던 드라마에서 뚝하고 튀어 나온 이 장면은 13년이 지나도 떠오를 만큼 인상적이었다. 철학에서 헤게모니는 그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그람시에 의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론이다.

그람시에 따르면 지배계급은 정치·경제적인 지배권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계급이 갖고 있는 도덕, 정치, 문화 등에 관한 가치관과 자연이나 사회에 대한 사고방식을 피지배계급으로 하여금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그 지배에 대한 헤게모니를 확립한다고 한다. 이번 대선은 국민의 힘으로 만든 정치와 사회변혁의 계기가 될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다.

각 후보들의 정책대결과 많은 공방이 오고가는 과정에서 올바른 정보를 선택하여 투표의 근거로 삼기 위해서는 무의식적으로 우리에게 강요되어 온 모든 정책과 관점들에 대한 비판적 태도가 필요하다. 이번 대선을 통해 대한민국의 헤게모니는 국민에 의해 만들어져야 하며, 이번 대선이 그 시작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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