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윤 변호사

[정세윤 변호사] 충청권이 또다시 이번 대선에서도 캐스팅보트가 될 것인지 여부가 주목된다. 1992년 이래 역대 대선에서 충청권에서 승리하지 못한 후보가 당선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4대 대선과 15대 대선은 충청 출신의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지원을 얻은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각각 승리했고, 16대 대선은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충청 공략에 성공한 노무현 후보가, 17대 대선에서도 충청권에서 넉넉한 표차로 승리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다. 지난해 18대 대선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충청권에서 과반의 득표율을 확보한 박근혜 후보에게 대선 승리가 돌아갔음은 물론이다.

 그동안 예외 없이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해 온 충청권의 전략적 중요성은 충청권 지역 유권자 수 증가에 힘입어 더더욱 그 중요성이 더해져가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호남권 인구의 70% 수준에 머물렀던 충청권 인구는 지역 투자 증가와 세종시 출범 등에 힘입어 이제 호남권을 넘어선지 오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잠정 집계한 선거인명부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 4244만5604명 중 충청권은 442만4974명(10.4%)으로 호남권의 426만4140명(10%)보다 16만 명 가량 많다.

 이러한 이유로 다른 지역보다 충청권의 표심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일보가 지난 15일과 16일 양일간 자체 조사연구팀을 통해 조사한 여론조사에선 전국과 충청 모두에서 박빙의 승부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단위 조사에선 문 후보는 38.5%로 37.3%를 얻은 안 후보에 근소하게 우세했지만, 충청권에선 안 후보가 37.3%를 얻어 36.5%에 그친 문 후보를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안 후보에 대한 검증이 집중적으로 이뤄짐으로써 안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어 주목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21일 공개한 대선후보 지지율에 따르면, 전국 단위 조사에서는 문 후보 41%, 안 후보 30%로 조사됐고, 충청권에서는 문 후보 46%, 안 후보는 29%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점은 다른 기관의 조사(충청권 조사)에서도 알 수 있는데, 이에 따르면 문 후보(42.9%)가 안 후보(29%)를 오차범위 이상으로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충청권 민심의 향방을 알 수 없기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충청권의 표심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모양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세론'을 펼치며 충북에서도 튼튼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타 지역과 달리 충북에서는 비교적 지지기반이 약하지만, 이른바 손학규 라인에 힘입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진보와 보수할 것 없이 지방의원과 당원들이 하나 둘 당적을 옮기면서 세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현재까지는 충청권의 표심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어 그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충청권의 각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공고화되어 그 변화가 대동소이하게 되는 순간, 지난 역사가 말해주듯이 충청권은 캐스팅보트로서 이번 대선의 향방을 가릴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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